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논의는 비록 미국 국내문제이긴 하지만 국제적
으로 엄청난 파장을 미칠지 모른다는 점에서 지구촌 모든 국가의 비상한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미 하원이 지난 19일 탄핵안을 가결함으로써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두번째로 상원의 탄핵재판을 받아야 하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내년 1월6일 새롭게 구성되는 상원의 의석분포로 볼 때 탄핵안이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러나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탄핵안이
상원에 상정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볼 때 클린턴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은 이미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할 수 있다.

공화당의 사임요구에 대해 클린턴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시간까지 대통령
직을 고수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중도하차 여부는 전적으로 여론의 향배에
달렸다고 할 것이다. 때문에 여론을 업기위한 정치게임이 예측을 불허할만큼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클린턴의 탄핵논의에 깊은 관심과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미국의 리더십 추락이 국제경제와 정치질서에 미칠 파장을 염려해서다.
앞으로 탄핵재판 과정에서 공화.민주 양당이 타협을 거부한채 갈데까지
가보자는 극한 상황이 계속되고 여론의 향배가 중도사임 쪽으로 기울기라도
한다면 통치권 누수현상은 물론 미국의 리더십은 마비상태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원의 탄핵절차개시와 때맞춘 이라크 공습에서도 드러났듯이
미국의 정치불안은 국제질서에 곧바로 반영되기 쉽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제적 파장이다. 미국의 리더십에 문제가 생기면 미
달러화와 주가는 약세로 기울 가능성이 크며 달러하락은 일본 엔화와 한국
원화 등 아시아의 통화가치를 끌어올려 이 지역 경제회복에 필수적인 수출
확대에도 제동을 걸게 될 것이다. 또 미국 주가하락은 유럽과 아시아 증시의
동반하락을 초래,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뿐만
아니라 클린턴 대통령이 탄핵정국의 돌파구를 해외부문에서 찾으려 할 경우
대외무역공세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여론의 구미에 맞는 대외정책을 찾다
보면 아시아에 대한 반덤핑공세와 시장개방 압력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얘기다.

지금 세계경제는 금융위기의 홍역을 치르는 가운데 미국이란 초강대국의
지도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경제 외교적 대미의존도가 높은데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하에 있는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도움이 절대적
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북핵문제를 비롯 대북정책에서도 한.미 공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워싱턴의 정치게임이 확대재생산되거나 미국의 리더십이
불구가 되는 것은 어느모로 보나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의 조야는 하루
빨리 탄핵정국을 마무리하여 리더십의 공백이 초래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