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른바 "총풍.세풍"사건과 관련없는
비리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불구속" 수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정치자금 문제등으로 입건된 일부 정치인들이 정치 생명까지 잃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졌다.

여기에는 한나라당 김윤환 전부총재도 포함될 것이라는 설이 돌았다.

하지만 같은 날 검찰은 김윤환 전부총재에 대해 조만간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등 구속수사 의지를 내비쳤다.

정치권에선 허주(김 전부총재의 아호)가 사법처리의 절차 자체에서 완전히
제외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처벌의 강도와 관련해서는 의원직을 상실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
생명을 잃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부터 "통과 의례"만 그칠뿐 의원직이나 정치
생명은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같이 양극적인 분석이 나오는 현상은 허주 처리문제는 TK(대구.경북)지역
의 정서와 여권핵심부의 장기적인 정국운영등과 맞물려 돌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여권핵심부로서는 온갖 경우의 수를 검토한 뒤에 허주에 대한 처리 강도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허주에 대한 내사가 시작됐을 때부터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여태까지 "처리결과"를 속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바로 이같은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분석은 크게 두갈래다.

<>허주 정치생명을 잃는다 =이같이 보는 인사들 대부분은 현정권이 과거
정치인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김 전대표를 사법처리하지 않고는 정치개혁
을 표방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구야권 출신의 현여권 인사들의 지적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또 김 전부총재의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고는 있으나 여전히 TK 맹주로서의
위상은 유지하게 되고 그럴 경우 향후 정국변화를 꾀하는데 걸림돌이 될
허주를 그냥 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허주가 사라질 경우 내각제 개헌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이수성 평통수석
부의장이나 박태준 자민련총재의 영남에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도
할 것이라는 것이다.

여권 핵심부는 그렇게 되면 허주를 중심으로 한 영남권의 반 DJ세력이
내각제를 연결고리로해 김종필 총리와 총연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이라고 본다는 얘기다.

<>허주는 살린다 =검찰이 밝힌 30억원 수수 등은 허주도 이미 사실로
인정한 부분으로 공천 대가성이나 청탁의 대가를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그에 대한 사법처리가 "통과 의례"가 아니겠느냐는 추측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허주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보는 인사들은 또 허주를 사법처리하면 TK출신
의원들의 "단체행동"을 막을 수는 있을 지 모르나 지역정서는 극도로 나빠질
것이라는 점을 여권핵심부가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또 허주가 없는 대구.경북 지역이 곧바로 여권으로 상당부분 흡수되리라는
보장도 없고 오히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나 JP를 도와주는 사태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을 계산에 넣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허주를 이회창 총재로부터 분리해 둘다 약화시키고 그러면서 JP의
영향력 확대도 차단하는 고차원의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또 현실적으로 임시국회가 연속되는 상황에서 김 전부총재가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이들이 이같은 분석을 하는 한 이유가 되고 있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