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썰미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눈썰미의 가치를 경시했지만 사회적으로 "첨단기계가
만능이 아니다"는 자각이 생긴 이후 눈썰미를 파는 전문가들을 높이 평가
하는 분위기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도시조경이나 건축설계가 대표적 분야다.

조그만 공원을 만들거나 집 한채 짓는데도 이제 전문가들의 손길이 필요
하다.

또 보석감정 서화감정 골동품감정 등에 있어서도 눈썰미집단의 평가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의 등장으로 더이상 주먹구구식 감정은 통하지 않게 됐다.

미술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술품 중개를 담당하는 아트딜러도
새로운 눈썰미 파워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 도시조경사 =도시에 자연의 숨결을 불어넣어 주는 일을 한다.

이들이 없으면 도시는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에 불과하다.

이들은 정원이나 공원은 물론 건축물 외부공간의 모든 시설물을 설계 시공
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건물에 적합한 각종 관상수를 배치,관리하는 일도 이들의 몫이다.

이런 모든 일은 도시 전체 구조에서부터 특징및 장단점에 이르기까지
이해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도시조경사들이 생태학은 물론 미학 건축학 등 다방면에 걸친 전문적
식견을 갖추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요즘들어 환경보전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도시조경사들의
활약은 두드러지고 있다.

환경이 21세기 핵심 화두라는 점에서 이들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한양대 오휘영(조경학과) 교수가 이 분야의 대부로 손꼽힌다.

오 교수는 "조경"이라는 단어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잠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의 조경이 그의 대표작이다.

서안조경설계사무소의 정영선 사장과 오이코스설계사무소의 고주석 사장도
대표적인 조경사로 꼽힌다.

정 사장은 여의도 환경공원을, 고 사장은 포스코빌딩과 유공연수원 조경
등을 맡았다.

세계적으로는 미국의 피터워크, 로렌스 헬프린, 조지 하브리그스, 일본의
사사키 등이 선두 주자다.

<> 보석감정사 =각종 보석의 가치를 판단하는 보석감정사도 빼놓을 수 없는
파워프로들이다.

세상의 모든 보석은 보석감정사로부터 가치를 부여받는다.

이들은 수십년간 경험으로 체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육안 하나만으로도
그 자리에서 진품과 모조품을 구분해 낸다.

물론 이들도 보석감정을 할때 편광기 굴절계기 현미경 등 각종 첨단 광학
계기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첨단기기의 성능이 몸에 배인 "휴먼 테크"를 따라가진 못한다.

일류 보석감정사라면 하나같이 보석학 지식과 예술적 감각을 바탕으로
보석의 상품 가치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산출해 낸다.

천연보석보다 더 아름다운 합성보석들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이들
파워집단의 경험적 감각은 어느 때보다 빛을 내고 있다.

국내에선 김안수 현대보석감정원장, 김영출 한미보석감정원장, 조기선
국제보석연구원장 등이 3인방으로 거론된다.

연간 2조원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국내 보석 유통량의 3분의 1 가량
이 이 세사람의 손을 거친다.

세계적 보석 감정기관으로는 미국보석학회(GIA) 영국보석학회(FGA)
유럽보석학회(HRD) 등이 있다.

수십명의 보석감정사를 보유하고 있는 이들 보석 감정기관들은 세계 유통
물량중 절대량을 감정하고 있다.

또 프랑스의 광물학자 큐벨린 박사는 보석 감정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큐벨린 박사는 천연보석과 합성보석을 감정하는데 있어 "내용물 분석"
이라는 새로운 감정 방법을 시도, 일반화시킨 주인공이다.

연구소는 물론 가게도 운영하고 있다.

<> 서화감정사 =보석감정사 못지 않게 감정 분야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바로 서화감정사다.

수천년의 세월을 견뎌낸 고서화가 우리 앞에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들 덕택이다.

아무리 "진품보다 더 진품" 같은 위조 고서화라도 이들 앞에서는 여지없이
드러난다.

보통 20년 이상의 경력을 쌓아야 이 분야에서 프로로 인정받는다.

이들 프로 감정사들은 한눈에 진품 여부를 구분할 수 있다.

고서화 한점을 감정할 때 "이 그림의 재질은 무엇이고 어떤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가""까지 그들의 머리속에 떠오를 정도다.

국내에서는 학고제의 우창규 사장과 정혜승씨 등이 이 분야에서 손꼽히는
대가들이다.

한달에 보통 50점 이상의 서화가 그들을 거쳐 진위 및 가치가 판가름난다.

<> 골동품감정사 =골동품감정사도 옛것의 가치를 되찾아 주는 대표적인
파워프로다.

이선우(75)옹과 김창환(72)옹 등이 국내에서는 손꼽히는 골동품감정사다.

특히 도자기 분야의 감정에 있어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

모두 4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골동품 감정의 신들이다.

<> 건축설계사 =각종 건축물에 혼을 불어넣는 건축설계사도 빠뜨릴수 없다.

유능한 건축설계사는 건축계획과 건축구조 건축설계는 물론 건축법규에
관한 지식까지 갖추고 이를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주변 건축물과의 완벽한 조화는 건축설계에 있어 필수적이다.

건축설계사가 기술자이면서도 예술가적 감각을 가져야 하는 것도 이 때문
이다.

<> 아트 딜러 =고도의 예술적 안목을 가지고 미술품을 중개하는 일을 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미술품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해당 미술품이 진품
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는 감각을 갖추고 있다.

미술품 컬렉터들을 단골로 두면서 고객이 원하는 미술품을 찾아 주는
중매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국내외 미술 사조를 꿰뚫고 미술시장의 가격동향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분석을 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국내에서는 너화랑의 노승진 사장, 동산방의 박주환 사장 등이 이 분야의
대표주자다.

모두 20년 이상의 경력을 바탕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갤러리 주다를 운영하고 있는 영국의 에널리 주다, 앤서니
디 어페이, 프랑스 파리에서 대규모 갤러리를 갖고 있는 이봉 랑벨, 다니엘
르농 등이 큰 손들이다.

이밖에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이미지를 조화시켜 주는 스타일리스트도 이
눈썰미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파워프로로 꼽을수 있다.

< 류성 기자 star@ >

[ 눈썰미를 파는 파워프로 관련직업군 ]

<>보석감정사 : 각종 보석 진위여부와 가치 판단
<>서화감정사 : 그림 글씨의 상품가치 판정
<>도시조경사 : 정원 공원 건축물 외부공간의 설계 및 시공
<>건축설계사 : 각종 건축물의 건축 구조, 계획, 설계
<>골동품감정사 : 골동품의 진위 여부 및 가치 판단
<>아트딜러 : 예술품의 가치판단 및 중개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