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전문가 집단보다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 분야에서 프로로 인정받는 전문가가 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정도 수준의 경력이 없으면 아무리 따기 어려운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전문가로 인정받지 못하는게 이 세계다.

심지어 40~50년 이상 한 분야에서만 노하우를 축척해 나가고 있는 전문가들
도 찾기가 드물지 않다.

안목을 파는 사람들을 "휴먼 테크"(Human Tech) 전문가로 부르는 것은
몸에 배인 감각이 바로 기술이기 때문이다.

경험을 바탕으로 체득한 노하우가 이들 집단의 생명력이자 경쟁력의 원천인
것이다.

물론 이론적으로도 탁월한 실력을 겸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치화되고 정형화된 컴퓨터 등 각종 첨단 기계로도 이들의
노하우를 따르기란 불가능하다.

휴먼 테크 전문가들은 항상 객관적으로 보기위해 노력한다.

판단을 내릴 때마다 객관적이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주관이 개입되면 반드시
오판을 낳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절실히 깨닫고 있다.

이들이 판단을 내릴 때 한 분야에만 집착하지 않고 전체를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또 어느 전문가 집단보다 인내심이 뛰어나다.

중도에 하차하지 않고 수십년을 한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인내심이 필수적이다.

이들이 스스로를 "도를 닦는 수도승"에 비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다보니 은연중 장인 기질이 저절로 배어난다.

도덕심도 이들이 갖춰야 할 덕목중 하나다.

이들이 내리는 판단 하나하나가 엄청난 금전적 가치로 환산된다.

도덕심이 부족하다면 아무리 수십년간 경력을 쌓고 명성을 얻어도 하루아침
에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경우가 더러 생긴다.

이들은 또 대부분 동물보다 뛰어난 놀라울 정도의 감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예컨대 등잔불이 꺼진 어두컴컴한 상황에서도 한치의 오차없이 떡을 고르게
썰었다는 한석봉 어머니와 필적하는 감각을 이들은 갖추고 있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