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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노트] (확률이야기) (5) '우연의 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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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의 일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보다 더 자주 일어난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링컨과 케네디의 우연의 일치를 보자.

    링컨은 1860년에, 케네디는 1960년에 대통령에 각각 당선됐다.

    두사람의 이름은 7개의 알파벳으로 되어 있는 점도 일치한다.

    링컨 대통령의 비서는 케네디였고 케네디 대통령의 비서는 링컨이었다.

    링컨을 암살한 부스(Booth)는 극장에서 총을 쏟뒤 창고로 도망갔다.

    반면 케네디를 죽인 오스왈드(Oswald)는 창고에서 저격한후 극장으로
    도망쳤다.

    물론 어떤 우연의 일치는 그것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다.

    그러나 사람들은 우연의 일치가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는 선입관에 사로잡혀
    그것이 우연히 발생할 수도 있는 사건이라는 것을 망각한다.

    더욱이 수문맹인 사람들은 우연의 일치에 매혹당하여 거기에 꼭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한다.

    심지어 우연의 일치를 어떤 놀랍고 불가사의한 조화의 증거로 간주한다.

    유명한 심리학자인 프로이드와 융은 "우연의 일치 같은 것은 없다"라고
    단언했을 정도다.

    그러나 아주 오래 전에 소크라테스가 이미 말했듯이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도 가끔씩 일어나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는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며 우리의 일상 속에서 매일마다
    수많은 우연의 일치가 일어나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현대인들은 우연의 일치가 갖는 불가사의한 측면
    에 더 관심을 갖는다.

    남녀간의 관계에서도 우연의 일치는 필연으로 받아들여진다.

    같은 색을 좋아한다든지 취미의 일부분이 같기만 해도 천생연분의 계시로
    생각하고 싶어한다.

    그야말로 "우리 만남은 우연히 아니야"라는 노래가 절로 나온다.

    또 소설속에서도 우연은 어떤 계시나 암시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종교는 우연을 신의 섭리나 우주의 질서로 설명한다.

    예컨대 불교의 중요한 사상중의 하나는 연기설이다.

    이 이론속에는 이 세상에 모든 것이 인연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며
    우연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길을 지나가다가 스치는 가벼운 인연마저도 전생에서는
    억겁 이상의 인연이 있어야만 일어날수 있는 무거운(?) 인연이라고 불교는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아주 놀랄만한 우연의 일치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평범한 사건인
    것이다.

    오로지 우연에 의해서 일어난 현상에 작용한 것은 불가사의한 조화나 섭리
    가 아니라 그저 우연이라는 변수뿐이다.

    그렇게도 많은 우연의 일치에 대해 세상은 어떤 직접적인 설명을 해 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우연이외의 근거와 힘을 가정하는 것은 일종의 심리적인
    착각인 것이다.

    만일 정말로 불가사의한 우연의 일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연의 일치가
    우연히 모두 사라지는"것 뿐이다.

    김진호 < 공군사관학교 교수 gemkim@hanmail.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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