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은 우리보다 앞서 설비과잉의 몸살을 앓았으며
구조조정을 통해 이를 해결했다.

일본의 경우 철근 형강등을 생산하는 전기로 제강업체들이 지난 74~76년중
무려 23기의 전기로를 증설, 극심한 공급과잉 현상을 빚었다.

73년 1차 오일쇼크로 건설경기가 극도로 위축돼 철근과 중소형강의 연간
수요가 30%이상 감소하는 상황에서 증설경쟁이 벌어져 철강업계 전체가
부실의 늪으로 빠져들었던 것.

당시 일본의 53개 전기로메이커들은 경영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월 생산량을
조정하는 등 불황카르텔을 실시했으나 시장상황이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근본적인 치유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80년까지 전기로
신증설을 억제하고 약 3백만t의 과잉설비를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실시키로
했다.

일본 정부도 카르텔에 의한 판매를 인정해주고 개발도상국에 철근을 무상
원조하는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업체를 도왔다.

일본의 전기로업계는 이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급속히 재편됐다.

유럽에서도 지난 77년 최저가격제도입 투자조정 등을 골자로 하는 "시몬느
플랜"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EU철강업계의 경영난은 갈수록 심화됐다.

따라서 과잉설비와 노동력을 축소하는데 힘쓰는 한편 노후 공장을 과감히
폐기했다.

EU철강연맹은 구조개선 투자 및 고용조정에 대해 자금을 지원했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지난 84년부터 철강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실질경제
성장률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같은 외국 사례를 들어 국내 전기로업체는 정부가 구조조정을 적극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부실기업의 설비를 폐기하거나 해외로 이전하기 위해선 정부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자원부는 마땅한 지원방안이 없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철강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부실기업 처리를 위한 가교회사
설립방안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철강업체도 5대 그룹 구조조정과 마찬가지로 업체간 일부
설비를 맞교환,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