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큼 중소기업 정책의 중요성이 절실한 때는 없었다.

연초부터 시작된 부도압박에 시달려 익사직전의 중소기업들이 정부측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바빴다.

다행히 새 정부가 이들의 숨가쁜 아우성을 들어주기 위해 "중소기업
특별위원회"란 대통령 직속 조직을 새로 설치했다.

지난 4월 28일 과천 중소기업청에서 1차회의를 개최한 특별위원회는
계속되는 연쇄부도를 보면서 더 이상 탁상에 앉아 있을 수만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장에 나가 정말 중소기업인들이 겪는 고통을 함께 하기로 했다.

5월 20일부터 "전국 순회 현장 민원실"을 열어 현장에서 애로사항을 접수
했다.

첫 중소기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현장에서 중소기업인들과 함께
"IMF"의 늪을 헤쳐 나온 박상규 국민회의 부총재를 만나 올 한햇동안의
중소기업 이슈를 평가해 봤다.

-정부시책이 일선현장에 잘 전달되고 있었습니까.

"중소기업 시책에 있어선 더 이상 탁상공론이 필요없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지난 5월 대구에서 현장 민원실을 열자 경산공단 입주신청기업들이 몰려
왔습니다.

분명히 분양금을 납입했는데도 지자체와 관계기관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느라
입주가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거였습니다.

이때 특별위원회가 발벗고 나서 그 자리에서 분양가격을 크게 낮춰 주고
입주도 가능토록 해줬습니다.

그만큼 중소기업 시책이 현장으로 내려가면 전달되지 않는 사례가 많았죠.

순천 진주 의정부 원주 등 각 지역에서 이러한 애로 사항 4천9백85건을
접수받아 현장에서 3천8백7건을 해결해 줬습니다.

나머지는 장기과제로 해결해 나갈 계획입니다"

-금융대란으로 중소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었는데요.

"올해 중소기업들은 사상 최악의 부도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이런 연쇄부도 현상은 우리나라 특유의 어음제도에서 비롯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때문에 이 제도는 기필코 개선돼야 합니다.

중소기업특위는 이의 개선을 위해 어음제도 분과위원회를 결성, 장기계획을
마련중입니다.

앞으로 5년정도의 기한을 두고 어음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세워야 합니다.

그 사이 어음발행요건은 강화하는 등 개선책을 펴 나가야죠"

-중소기업들에겐 여전히 은행문턱이 높다는데요.

"은행들도 중소기업 못지 않게 고통을 당한 한해였죠.

그럼에도 28개 금융기관및 보증기관 등을 일일이 찾아가 중소기업들에게
문턱을 낮춰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중소기업인들에게 몇가지 선물을 줄 수 있게 된거죠.

은행별 중소기업 자금지원실적 종합평점제를 도입키로 한 건 큰 성과입니다.

구조개선자금 직접 대출실시, 새마을금고 중소기업 어음할인 허용, 대출시
기업임원 연대보증 금지 등이 해결됐습니다"

-덕분에 중소기업부도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새해에도 현장에 나갑니까.

"내년엔 올해보다 더 발로 뛰어야 합니다.

먼저 전국공단에 부도 등으로 내버려진 유휴설비를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제 부도와 절망의 늪에서 털고 다시 일어나야 할 때입니다.

그동안 많은 많은 기업인들이 사업의욕을 잃어버린 점을 감안, 이들의
사기를 다시 높일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합니다.

그래야 고용을 창출할 수 있죠.

보다 많은 고용을 창출 할 수 있게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중소기업 범위조정, 외자유치, 워크아웃, 협동조합 단체수의계약 존폐 등
현안들을 결정하는데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토록 힘쓰겠습니다.

< 이치구 전문기자 rh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