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밑천으로 내일의 꿈을 키워가는 젊은이들이 있다.

광주 동구 계림동에서 컴퓨터 A/S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남상준(26), 김수민
(25), 차익환(24)씨가 주인공들이다.

모두가 살기 어렵다는 IMF 경제신탁통치 시대.

그들이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눈부신 변신을
했다는 점이다.

컴퓨터 관련업소를 공동 운영하고 있는 이들의 학력은 모두 고졸.

전직도 목수(남상준), 설계사무소 직원(김수민), 호텔 웨이터(차익환) 등
으로 다양하다.

한결같이 컴퓨터와는 무관한 직종들이다.

이들의 삶에 전기가 마련된 것은 불과 9개월전.

지난 3월 광주직업훈련원에서 실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창업과정에
입교하면서부터다.

"정보화 사회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컴퓨터였습니다.

유망직종이라는 생각에 무작정 컴퓨터 A/S과를 지망했습니다"

극도의 건설경기 위축으로 자의반 타의반 직장을 잃었다는 남씨는 이때부터
컴퓨터에 인생의 승부수를 던지기로 작정했다.

그러던 중 창업과정 1기 동기생인 지금의 동업자들을 만났고 서로 의기가
투합되면서 함께 점포를 내게됐다.

컴퓨터 조립판매, 업그레이드, 수리 등이 이들의 주업무다.

모두가 어렸을 적부터 컴퓨터를 다뤄온 컴퓨터세대지만 컴퓨터가 밥벌이
수단으로 된 것은 창업과정 입교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코볼, 포트란, C언어 등 컴퓨터언어와 캐드캠(컴퓨터 설계) 등을 틈틈히
공부하고 있는 이들의 컴퓨터실력은 어지간한 전문가를 뺨칠 정도다.

지난 7월 광주 쌍촌동 호남대학교앞 친구집에서 팩스1대만 갖추고 SOHO창업
을 했을 때만해도 고난의 시기였다.

예상과는 달리 일감은 뜸했고 개점휴업 상태에서 세월을 허송하기도 했다.

이때 깨우친 것이 철저한 고객관리와 박리다매 원칙.

한번 찾은 고객을 고정고객으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웬만한 것은 무상수리를 해줬고 마진폭도 최소화 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고객이 늘어났고 점포엔 생기가 돌았다.

지난달엔 처음으로 컴퓨터를 2대나 판매하는 기쁨도 누렸다.

소문이 나면서 노동부가 선정한 우수창업사례에 이름이 올라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현재 매출액은 월 3백만원정도.가게임대료 월 25만원에 부품구입비 등을
빼면 별로 남는 게 없지만 운영여건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컴퓨터 통신망의 발달로 앞으로 본체가 사라지는 때가 올 것입니다.

이런 추세에 맞춰 하드디스크, 중앙처리장치(CPU), 램을 빌려주는 "하드방"
을 꼭 운영하고 싶습니다"

고속도로 대형광고판을 볼 때마다 언젠가는 반드시 그곳에 윈컴이라는
이름을 넣겠다고 다짐한다는 이들 3인방.

미래에 대한 꿈이 있기에 고된줄도 모르고 아침 9시부터 저녁9시까지 하루
12시간을 꼬박 컴퓨터 일에 매달린다.

연락처 (062)514-4045

< 최성국 기자 sk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