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내각제 공론화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민회의 정균환 사무총장이 22일 자민련의 내각제 조기공론화 주장을
강도높게 비판하자 자민련이 이에 반발, 내각제개헌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
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 총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현재 국민에게 책임져야 할 최우선 과제는 경제회생과 나라안정이며 내각제
개헌은 그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대선 당시 양당의 내각제 합의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생각하지 못했던 상태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내각제 문제는 겉이든 속이든
지금 얘기할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총장의 이날 발언은 지난 18일 김대중대통령이 내각제 발언 자제를
당부한 뒤 처음 나온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민회의 내부에서는 정 총장이 내각제 문제 등과 관련해 확실하게 못을
박기 위해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낸게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근들어 자민련이 내각제 발언 강도를 높인데 대해 정 총장이 "김종필
총리의 생각을 잘못 읽은데서 나오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정협의회에서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교원정년 단축문제에서
부터 천용택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등 정치현안에 이르기까지 발목을
걸었던 자민련에 대한 국민회의 지도부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자민련측은 비교적 완곡한 어조로 불만을 표시했다.

이완구 대변인은 "내각제 약속을 두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내각제 약속은 국민이 알고 있는 그대로 진행하면 된다"며 정
총장의 "경제 우선순위론"을 일축했다.

이규양 부대변인도 "공조에 금이 갈 수 있는 심한 언사는 삼가야 한다"며
양당 사이에 신의와 절제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우리 더러 충성 경쟁을 한다는데 누가 충성경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냈다.

지난 18일 내각제 발언을 내년초까지는 삼가하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했지만
이날 정 총장의 발언으로 양당관계에는 당분간 난기류가 흐를 것이라는게
정가의 지배적인 견해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