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정균환 사무총장의 내각제 발언과 관련, 청와대가 직접 유감을
표시하는 등 진화에 나서 내각제 문제를 둘러싼 공동 여당간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하게 됐다.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김대중 대통령이 김종필 총리와 내각제
문제를 얘기하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각제 발언이 나온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또 "김중권 비서실장이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에게 주의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여권에선 김 대통령과 김 총리가 논의할 때까지 부적절한 발언
이 나오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국민회의에 그 뜻을 전한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주의 전달"이 자민련도 함께 염두에 둔 것임을 시사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반응은 김 대통령이 "내각제 함구령"을 내린지 1주일도
안돼 정 총장이 "선경제회생"을 주장하며 "내각제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발언함에 따라 자민련과 불필요한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국민회의 고위 당직자들의 이같은 발언이 계속될 경우 자민련 인사들의
내각제 발언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청와대의 이같은 반응은 자민련을 달래는 동시에 예방적 경고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는 셈이다.

22일 정 총장의 발언에 대해 발끈했던 자민련도 이날 공식 반응을 애써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충청권 의원들조차 당무회의에서 정 총장의 발언에 대한 반격을 삼가했다.

박준병 사무총장은 정 총장의 발언을 보고받은 김종필 총리도 이에 대해
좋다 나쁘다는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내각제 전도사를 자처해온 김용환 수석부총재도 정 총장이 해명전화를
해오자 "그런 일을 나에게 하나 하나 해명할 것 있느냐"며 웃어넘겼다는
후문이다.

일부 당직자가 사견임을 전제로 "대통령 발언 이후 자민련은 자제하고
있는데 오히려 국민회의가 "몽니"를 부리고 있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을
뿐이다.

자민련의 이같은 반응과 관련,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대통령과 김 총리간의
"담판"을 앞두고 자민련이 "숨고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또 문제의 발언을 한 정 총장이 박 총재와 김 수석부총재 등에게 전화를
걸어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선 것도 사태 확산을 막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회생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민회의와 "약속이행"이라는
원칙을 강조하는 자민련간 시각차가 여전해 "돌출발언"에 의한 양당의 긴장
관계는 언제라도 재연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특히 청와대측의 "주의"촉구가 "개헌을 하지않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미리 상대방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되고 있어 물밑 힘겨루기
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