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민관합동 자문기구인 정책평가위원회가 지난 22일 가진
98년도 정부업무 심사평가 보고회는 몇가지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우선
정부수립이후 처음으로 17개 정부부처별 민원행정서비스에 대한 고객만족도
를 조사해 상대평가한 점이 돋보인다.

오랜 기간동안 권위주의적인 행정풍토에 길들여진 정부부처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종을 울려 서비스개선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부처별
국정과제 및 현안 대처노력에 대한 심사평가는 내년 2월에 결과가 나올 예정
인 기획예산위원회의 정부부처별 경영진단 및 뒤이어 단행될 제2차 정부조직
개편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당면과제인 구조조정작업의 진행상황에
대한 평가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구조조정의 성과에 비판을 서슴지
않은 것은 금융 기업 공공 노동 등 4개부문 가운데서 특히 공공부문의 경우
정부조직 개편과 인원감축, 그리고 공기업의 구조조정과 민영화가 잘 안된
사실을 들어 개혁이 가장 부진한 부문으로 꼽고 있다.

관료주의 병폐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공무원 수와 정부조직을 줄이는 일도
시급하지만 핵심적인 행정기능만 남겨 놓고 나머지는 민간자율에 맡기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지금 진행중인 규제개혁작업을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단행하는 일이며, 그렇게 하는 것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중.하위직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정부가 특히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빅딜"의 실효성에 대해
정책평가위가 강한 의문을 제기한 것은 특히 주목해야할 점이다. "5대그룹
사업구조조정이 합병위주로 추진돼 업종전문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책임경영
이 어려울 뿐만아니라 합병기업의 자체 구조정비와 향후 외자유치 등 경쟁력
향상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일부 업종에서는 부실기업간 합병으
로 인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부실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는 정책평가위의 지적은 설득력 있는 평가로서 향후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중요한 내용을 시사한다고 본다.

이같은 문제의 발생은 대기업들과 정부간에 충분한 의견교환이 없었고
지나치게 시한에 쫓겨 일방통행식으로 추진된 탓이 크다. 그 결과 사업교환
대상으로 지정된 기업체의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협력업체들의
연쇄도산마저 우려되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조만간 국가신인도 상향조정도 예상되는 만큼 이제부터
라도 정부는 빅딜 당사자인 대기업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동시에 시간여유를
갖고 차분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 정책평가위의 평가내용이 단지 참고에
그치지 않고 구조조정을 포함한 주요정책에 반영돼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