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51)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올 한해를 "백화점업계 근무 25년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고 술회했다.

유통사관학교라 불리는 신세계에서도 최고 야전사령관으로 꼽히는 김 대표
이지만 올해는 ''매출과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김 대표는 1,2차 오일쇼크때도 영업 일선에서 극심한 불황과 싸워 보았지만
IMF체제가 더 견디기 힘들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효과는 기대이하
였다.

사기가 꺾인 직원들을 다그쳐야 하는게 무엇보다 가슴아팠다는 그는 업체간
의 무분별한 판촉경쟁이 때론 짜증스럽기까지 했다고 털어 놓았다.

김 대표는 그러나 내년에는 프로 상인의 기질을 살려 불황한파를 물리치는데
앞장서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IMF관리체제후 내수시장은 소비 빙하기를 맞았다.

백화점 최고경영자로서 올 한해를 되돌아본다면.

"국내 유통산업 역사상 가장 힘들었고 변화도 많았던 해였다.

무엇보다 극도의 소비위축이 계속되면서 영업기반이 무너질까 전전긍긍했다.

중견및 중소백화점의 부도가 이어지고 매출은 지속적으로 줄어 모든 업체가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한해를 보냈다.

이 와중에 외국계 유통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돼 안팎으로 시달렸다.

하지만 언젠가는 겪어야 할 위기를 올해 맞았을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소비 위축엔 심리적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 많은데.

"실질적으로 소득이 감소했고 그러다보니 구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IMF 관리체제가 불러온 경제적 위기감이 실제이상으로 소비심리를
위축시킨 측면도 있다.

IMF체제 초기에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부르짖은 것도 시장을
얼어붙게 한 요인이었다.

내수시장 붕괴 우려가 나오면서 뒤늦게나마 건전한 소비를 권장한 것은
다행이다"

-올 한햇동안 유통업계가 겪었던 어려움을 꼽는다면.

"먼저 고금리에다 소비위축에 따른 매출및 이익 감소로 경영이 매우
어려웠다.

수십년간 장사해온 일부 유통업체들이 경영난을 못이겨 도산했다.

할인점의 경우 외국계 유통업체와의 경쟁도 힘든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을 극복하기 위한 활발한 구조조정과 외자유치및
인수합병등이 앞으로 국내 유통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생각한다"

-지나친 판촉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특히 백화점의 경우 본연의 모습을 잃은 판매행위에 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이성을 잃은 판촉경쟁이었다.

아파트를 비롯 심지어 현금까지 경품으로 내걸었다.

연중무휴에 가까운 할인행사로 백화점이 떨이장사하는 곳이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이제는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야 할 때다"

-유통업계에 업태파괴및 구도재편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이에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추세를 전망한다면.

"백화점은 이른바 빅3업체로 불리는 롯데 신세계 현대, 그리고 할인점은
E마트 월마트 까르푸 등 3자 구도로 압축돼 가는 모습이다.

백화점의 경우 빅3업체의 지방상권 공략으로 지방업체들이 무너지거나
매장을 할인점 또는 아울렛으로 업태 전환하고 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업체가 문을 닫거나 살아남기 위해 업태를 변경할
것이다"

-유통개방 원년이라 불릴 정도로 외국계 유통업체의 국내시장 공략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대한 대응책이 있다면.

"외국계 유통업체는 튼튼한 자금력에 선진 영업노하우와 데이터시스템을
갖추고 가격경쟁을 앞세워 국내시장 공략을 노리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서둘러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상품회전율을 높이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년도 시장 전망과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내수시장 경기가 올해보다 크게 나아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낙관적 경기전망으로 인해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다소 풀리고는 있으나
전체적인 구매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다만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구분이 확연해지면서 소비시장도 차별화될
것으로 본다"

< 김상철 기자 che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