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집을 사던가 땅을 살 때에는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서 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부동산중개인이 거래과정에서 부동산등기부등본을 제시하지 않았는
데 거래의 목적물에 담보가 설정되어 있어서 손해를 입게된 경우에 부동산
중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오늘은 이 문제에 대해서 최근에 나온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김씨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모부동산중개사무소의 소개로 5층짜리건물
3층의 방 두개에 전세보증금 3500만원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이 물건에는 이미 상호신용금고 명의로 채권최고액 7억3천만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채권자들이 가압류 및
전세권설정등기를 해놓고 있었습니다.

결국 경매가 진행되었고, 경매에 따른 매각대금은 1순위 근저당권자인
상호신용금고에 모두 배당되어버렸습니다.

따라서 김씨는 전세보증금중에 한푼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김씨는 애초에 계약을 체결할 때, 부동산중개인이 건물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제시하지 않은 것을 기억하고는 부동산중개인을 상대로 등기부등본을 제시하
지 않은 것이 부동산중개인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니까 자신이 입은 손해를
부동산중개인이 배상해야 한다는 이유로 재판을 시작했습니다.

당초 제1심 법원에서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부동산중개인에게 김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는데, 부동산중개인이 이에 불복해서
항소를 했고, 그러자 서울고등법원에서 원심과 달리 부동산중개인에게 잘못
이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겁니다.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유는 부동산중개업법상 부동산 중개인은 거래의 목적
물에 대한 권리관계, 법령의 규정에 의한 거래 또는 이용제한사항을 확인해
서 이를 거래당사자에게 서면으로 제시하고 성실, 정확하게 설명할 의무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부동산등기부등본까지 제시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따라서 부동산등기부등본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부동산중개인이
자신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주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거래를 할 때에는 부동산중개인에게 의뢰하지 말고 자기 스스로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확인해봐야 하겠습니다.

< 변호사. 한얼종합법률사무소 hanollaw@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