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산업계에 나타난 변화의 특징중 하나가 "메가 머저"바람이다.

합병 규모가 초대형이고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일어났다는 점에서 만은
아니다.

머저의 범위가 국경을 넘어서고 있다는 대목에서 "메가(mega)"라는 수식어
는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독일 다임러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의 합병이 대표적이다.

미국회사인지 독일회사인지도 불분명하다.

적어도 두 회사가 있는 지도에는 국경도, 대서양이라는 바다도 없다.

그저 "글로벌화 된 자동차회사"일 뿐이다.

미국자동차제조협회(AAMA)가 올 연말을 끝으로 간판을 내리기로 한 것도
글로벌화의 한 단면이다.

AAMA는 올해로 설립 98년을 맞는 미국산업계의 대표적 이익단체다.

한때는 2천여 회원사를 거느렸고 미국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일본과 한국 자동차시장의 빗장을 열라고 압력을 가한 것도 따지고 보면
미국정부가 아니라 AAMA였다.

그런 AAMA가 문을 닫는 이유는 단순하다.

회원사중 순수한 미국회사가 적어져서다.

미국이라는 틀을 박차고 나가는 회원사가 늘면서 순수혈통을 찾아보기는
어렵게 됐다.

일정 지역안에 존재하는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집단이 존재할 수
없을 만큼 경영환경이 변했다는 얘기다.

변화의 화두는 글로벌화다.

한국에서도 요즘 빅딜로 날이 새고 진다.

그러나 하나같이 국내업체간의 거래일 뿐이다.

국경을 허물고 세계기업화하는 선진국과는 노는 물부터 다르다.

한국기업들은 "KOREA"라는 작은 연못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 지
안타깝다.

조주현 < 국제부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