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감독원이 기아 및 아시아자동차에대한 특별감리를 실시해 7년간 무려
4조5천억원의 분식결산을 적발하고 이들 회사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두 회계
법인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왜 한국 상장회사 재무
제표를 믿으려하지 않는지를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팔지도 않은 자동차를 할부로 판 것 처럼 꾸며 매출을 늘리고 비용은 과소
계상하기 위해 차입금이자나 부품구입비 등을 연구개발비 등 이연비용으로
변칙처리하는 등 분식방법도 갖가지였다고 한다. 기아 및 아시아자동차를
정리하면서 7조4천억원의 은행빚을 탕감해주지않으면 안됐던 원인행위도
따지고 보면 이런 형편없는 외부감사에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외부감사는 상장법인은 물론 주식회사제도의 골간이다. 공인회계사가 감사
한 재무제표를 믿고 주식투자도 하고 은행대출 등 거래관계도 결정하는 것이
보통이고 보면 그 중요성은 더이상 강조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그런 중요한 기능이 전혀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감독당국인 증권감독원 마저 외부감사의
신뢰성을 제고시키려는 의지가 명확하지 않고, 그래서 앞으로도 해결될 전망
조차 없다는 점이다.

증권감독원은 한달에 한 두번씩 회계감사를 제대로 하지못한 회계법인과
담당회계사들을 경고.주의 등 갖가지 명목으로 이른바 "제재"한다. 이번에
기아.아시아건으로 문제가 된 청운 및 산동회계법인중 한곳은 올들어서만도
7건의 부실감리를 적발당해 그때마다 제재를 받았다. 또 몇년전에는 부실
회계감사로 피해를 입은 주식투자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했던 회계법인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서 상습범인 셈이고 제재는 실효가 전무한 꼴이다. 이번 기아.
아시아건에 대한 제재만봐도 그것이 단지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것은 분명
해진다. 기아.아시아의 감사업무를 3년간 제한하고 97년 감사보수의 40~60%
를 손해배상기금으로 내라는게 회계법인에대한 제재고, 담당 회계사에 대해
서는 주의 또는 경고에 감사업무정지 6개월, 직무연수 11~12시간 등이 전부
다. 되풀이해 제재를 받아온 회계법인이고 기아.아시아문제가 얼마나 사회적
인 파장이 컸었는지를 되새겨보면 정말 놀랄만한 내용이다.

이번에 문제된 두 회계법인은 하나같이 국내회계법인중 열손가락안에
꼽히는 큰 회사들이고 미국 대형회계법인 제휴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
큰일이라는 생각이 더할 수 밖에 없다. 랭킹에 드는 회계법인이 이 모양이니
다른 곳은 오죽할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적 과제인 경영의 투명성을 실현하기까지는 가야할 길이 멀지만, 무엇
보다도 우선 외부감사가 제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엄중한 제재조치로 일벌백
계, 부실회계감사가 자취를 감추도록 해야한다. 증감원 제재조치가 형식에
그쳐서는 안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