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재계리더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과 1,2위를 다투던 양상에서 부동의 1위기업으로 확실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올들어 대기업 구조조정이 강도높게 추진되는 과정에서 현대는 오히려
굵직한 사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며 주력업종을 강화해왔다.

현대는 최근 기아자동차를 전격적으로 인수, 세계 10 자동차메이커를
꿈꿀수 있게 됐고 논란을 거듭하던 반도체협상에서 실사기관인 ADL로부터
통합법인의 경영주체로 선정됐다.

이번 실사결과에 따라 통합이 추진될 경우 현대는 일약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15%이상을 점유하는 2위메이커로 급부상하게 된다.

자동차 전자사업을 양대축으로 확실한 사업기틀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밖에 5대그룹 빅딜과정에서 한화에너지를 인수하는 수완을 발휘했으며
중공업분야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현대중공업은 민영화과정에서
한국중공업 인수를 꾀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현대는 금융부문을 크게 강화해왔다.

지난 96년 부실 투신사인 국민투신을 인수, 정상화를 추진해왔으며 올해는
다시 한남증자증권을 인수했다.

현대는 조흥은행 강원은행 현대종금 3개 금융기관의 합병을 유도해 앞으로
은행업을 강화할 수 포석을 깔았다.

이밖에 현대는 정부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며 금강산 개발 등
대북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반면 삼성은 중장비사업을 볼보에 매각한데다 자동차사업까지 중도
포기하게돼 제조업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삼성은 항공을 통합법인에 넘기면 사실상 중화학사업에서 손을 떼고
전자사업에만 주력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은 금융 및 전자부문을 수성하는데 온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LG도 반도체사업을 현대에 내줄 경우 전자사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더욱이 조만간 개인이동통신사업의 구조조정이 추진될 경우 LG텔레콤의
향후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세계경영을 통해 규모를 키워온 대우도 당분간 확장보다 내실위주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대우는 통신 및 중장비부문을 활용한 외자유치를 추진하는 등 당분간
재무구조개선에 경영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온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의 성장신화가 재계 판도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