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증시는 여느 해보다 굴곡이 많았다.

IMF 충격으로 기업들의 부도가 잇따르고 구조조정과정에서 퇴출기업이
양산되면서 증시가 크게 출렁거렸다.

외국인 주식한도 철폐, 가격제한폭 확대, 파생상품시장의 영향력 증대라는
새로운 변화도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화제주가 숱하게 탄생했다.

증권사 투자분석부의 조사결과를 취합해 얻은 "98년 화제주 8선"을 소개한
다.

<>미래와사람 =냉각캔제조기술만으로 한해를 풍미했다.

이 회사는 연초에 즉석에서 음료를 차게 하는 냉각캔을 개발했다고 발표했
다.

이 소식으로 연초 4천8백60원이던 주가가 2월26일 3만8천3백원으로 뛰었다.

주가상승기에 재료가 부각돼 상승률이 더욱 가팔랐다.

지난 8월에는 이 기술을 1억달러에 수출했다고 발표해 다시 증시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한편으로 기술개발이 실적호전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여하튼 연중내내 투자자의 관심을 모은 까닭에 올해 주인이 가장 많이 바뀐
주식이 됐다.

지난 22일까지 거래량회전율이 1천5백41%를 기록했다.

<>금강개발 =지난 6월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한 금강산 관광 및 개발사업으로
부터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현대 경영진의 방북이나 금강산 관련 소식만 나오면 여지없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 "금강산개발은 금강개발이 한다"는 얘기가 나올정도로 재료
반영도가 높았다.

지난 6월20일 3천5백원에 머물던 주가는 한때 2만원까지 올라 선망의 대상
이었으나 현대 계열사의 전환사채물량이 대거 매물화되며 급락세로 반전됐다.

추격매수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졌고 인위적인 주가작전설까지 증권가에
유포됐다.

8천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최근 1만원대를 회복했다.

<>효성 =합병전인 지난 7월초 이 회사(효성티앤씨 기준)의 주가는 7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탔다.

미국계 아팔루사펀드와 효성물산이 장내에서 지분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 덕분이었다.

효성티앤씨가 효성물산등 3개사와 합병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2대주주인
아팔루사펀드가 주식을 매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신경전은 효성물산이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아팔루사의 지분 17%를
자전거래를 통해 전량 사들임으로써 일단락됐다.

이에대해 증권가 일각에서는 일종의 그린메일로 해석했다.

효성티앤씨는 효성물산 등 계열사로 흡수합병해 효성이 됐다.

<>신동방 =신기술이 바로 "마이다스의 손"임을 여지없이 보여준 주식이다.

물로만 빨아도 일반세제를 사용한 것처럼 세탁물이 깨끗해지는 세탁장치인
"마이다스"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주가는 지난 8월18일부터 무려 14일
연속 상한가행진을 이어갔다.

3천원대의 주가가 한달도 못돼 2만원대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에는 살모넬라균과 대장균등 맹독성균을 간단히 제거할 수 있는
"KW살균수 생성장치"를 개발했다고 발표해 신동방이 마이다스에 이어
연타석홈런을 날릴 수 있을지에 증시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원 =고주가를 형성해오다 IMF체제이후 재무비율이 불안정한 기업으로
분류되면서 지난 5월에는 6천8백원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주가의 10% 수준.

형편없이 떨어진 주가를 결정적으로 원상복구시킨 것은 볼리비아에서 사상
최대의 가스전을 개발중이라는 발표였다.

5만1천원까지 승승장구하던 주가에 제동을 건 것은 볼리비아발 "문서".

볼리비아에 파견된 직원 이름으로 증권사직원들에게 배달된 문서의 골자는
"동원이 발견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회사측은 즉각 조작된 편지라는 반박자료를 증권사객장에 뿌렸다.

"괴문서 사건"으로 흔들렸던 주식이다.

<>미래산업 =지난 2월17일 미래산업 주식은 액면가 5천원에서 1백원으로
분할돼 변경상장됐다.

한국증시 사상 처음으로 액면가가 5천원이 아닌 주식이 탄생하는 순간이었
다.

최초의 액면분할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대단했다.

액면분할 후 주가는 연사흘 가격제한폭까지 뛰어올랐으며 거래는 폭발적으
로 이뤄졌다.

3월5일에는 1천5백24만주가 거래돼 당시로서는 하루 최고거래량을 기록하기
도 했다.

이같은 미래산업의 인기는 액면분할을 하면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그러나 이후에는 액면분할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주식도 여럿 나왔다.

<>한화증권1우 =지난 7월7일 1백5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지난 12월16일
에는 장중한때 1만3천7백원까지 올랐다.

한화그룹이 구조조정의 모범기업으로 꼽힌 데서 힘을 냈고 연말이 가까와지
면서 우선주 매입바람과 증권주돌풍에 힘입어 상승에 가속도가 붙었다.

9천33%라는 경이적인 상승률을 기록해 올해 주가등락율이 가장 높은 주식이
됐다.

만약 1백50원에 사서 1만3천7백원에 팔았다면 90배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수익률이 우승마를 맞춘 마권과 견줄만했기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한화증권
우선주는 마권"이라는 표현이 회자되기도 했다.

<>조흥은행 =올해 거래가 가장 많았던 주식은 단연 조흥은행이었다.

구조조정과정에서 혼선을 빚으면서 재료가 많이 쏟아져 나온 까닭이다.

주가가 워낙 낮은 수준인데다 개인투자가들의 관심이 높은 대중주인 탓도
있다.

감자 외자유치 합병등 구조조정과 관련된 재료가 불거질 때마다 수천만주의
거래를 쏟아내며 걸핏하면 사상 최고의 거래량기록을 세우곤 했다.

지난 22일에는 무려 4천2백50만주나 거래돼 자신의 종전기록을 갈아치웠다.

감자에 대한 공포감에 시달리다 결국 4.5대 1로 결론이 났다.

투자자들은 연내 결말을 보게돼 다행이라고 반응했다.

< 송태형 기자 touhgl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