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은 IMF한파가 투신업계에도 엄청난 변화를 강요한 한해다.

과다한 차입금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던 대형 투신사들은 올해 상반기 연30%
를 넘는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았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란 말이 나돌 정도였다.

그 여파로 신세기투신 한남투신 등 2개사는 문을 닫는 비운을 겪었다.

그러나 투신사들은 다행스럽게도 하반기이후 금리가 떨어지고 주가가 상승
하는 바람에 기사회생의 기반을 마련했다.

투신협회 관계자는 "이번 결산에서 대부분의 투신사들은 흑자를 낼 것 같다"
며 업계가 내년에는 활기있게 움직일 것임을 예고했다.

투신운용회사(신설투신)들에게는 IMF를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투신운용들은 연초 고금리때 집중적으로 사뒀던 고금리 채권 덕택에 금리
하락이 시작된 하반기이후 시중자금을 스폰지 물 빨아듯이 끌어당기면서
몸집을 키웠다.

기존 투신사의 텃밭인 수익증권 시장은 절반가량이 그들의 몫으로 바뀌었다.

<>기존 투신 =정부는 금융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해 "투신사
구조조정을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는 내년으로 연기하고 당분간 제도개선에
초점을 두겠다"고 누차 밝혀왔다.

하지만 금융위기 여파는 투신사에도 여지없지 불어닥쳤다.

올초 신세기투신이 부도를 낸데 이어 8월에는 한남투신이 대량 환매사태에
휘말려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다.

이는 다른 투신사에도 영향을 미쳐 8월중엔 투신사에서 자금이 이탈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때마침 금리하락이란 호재가 터지면서 수익증권으로 시중자금이
다시 몰리면서 위기국면을 벗어날 수 있었다.

또 금리하락 수혜로 투신사 경영의 골칫거리인 차입금 이자 비용이
줄어들어 경영수지가 빠른 속도로 개선됐다.

특히 차입금규모가 2조~4조원에 달했던 대형 투신사의 경우 8월이후 월단위
로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결산에서 1조원이상의 엄청난 적자를 냈던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은
올해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지난 6월말까지 누적적자가 1천23억원이었던 한투는 지난 21일 적자액을
1백93억원으로 줄였다.

결산기인 내년 3월 흑자 전환이 확실시 된다.

대한투신은 내년 3월까지 7백억원이상의 흑자를 낼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

이밖에 한남투신을 인수한 국민투신을 비롯해 제일투신 삼성투신 중앙투신
등도 금리하락과 주가상승으로 올 사업연도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투신 업계에서는 요즘 금리가 내려가고 주가가 뜨는 마당에 "왠 구조조정?"
이냐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투신운용사 =수익증권을 증권사에 위탁판매하는 투신운용사들은 IMF 금융
위기의 최대 수혜자로 손꼽힌다.

지난 6월말 26조원이었던 투신운용사 전체 수탁고는 7월이후 한달평균
10조원가량 늘어나는 급증세를 거듭, 12월 23일 현재 94조원을 기록했다.

6개월만에 2백61%가 증가한 셈이다.

반면 기존 투신사는 89조원에서 1백3조원으로 15%늘어나는데 그쳤다.

투신운용사의 시장점유율도 지난 6월 20%에서 47%로 늘어나 기존 투신업계
를 위협하고 있다.

투신운용사들이 이처럼 약진할 수 있었던 것은 5대그룹계열 증권사의 수익
증권 판매호조 때문이다.

이들 증권사의 수익증권 판매는 바로 이들에 제품(수익증권)을 납품하는
투신운용사의 영업호전이다.

또 연초 고금리때 발행된 채권을 대량으로 확보해 금리하락기에 기존 투신
사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시장 팽창에도 불구하고 동서투신 고려투신 동방페레그린투신 등
퇴출 증권사 계열사와 장은투신 등은 모회사의 구조조정여파로 묻을 닫게 돼
전체 회사수는 23개사에서 19개로 줄어들었다.

< 장진모 기자 j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