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레스 지붕, 고령토 벽돌로 마감한 외벽, 집속의 길"

이종은씨가 경기도 일산신도시 31블럭에 지은 집은 3층짜리 다가구주택이면
서도 외형과 실내장식은 단독주택을 연상케 한다.

우선 다가구주택에서 보기힘든 마당이 집옆에 조그만하게 자리잡고 있다.

지붕도 은빛 스테인리스 스틸을 곡선으로 조형해 평범함을 탈피했다.

특히 다구가주택의 전형인 "한쪽 벽면을 따라 지그재그식 계단이 나 있는
빨간벽돌집"의 모양을 탈피한 것도 두드러진다.

각 층을 연결하는 계단과 복도를 과감하게 집 한가운데로 관통시켰다.

계단폭도 서너명이 동시에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넓다.

또 콘크리트와 작은 자갈을 섞어발라 마감한 계단과 복도는 마치 시골의
골목길을 연상시킨다.

이 집을 설계한 아틀리에17의 권문성소장은 "골목길을 거쳐 집앞에 다다르
던 옛 기억을 계단과 복도를 통해 재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계단과 복도는 이집에 사는 다섯가구 식구들이 오며가며 대화를
나누는 공동의 공간이 됐다.

동네 골목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건네듯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
다.

"집속의 길"인 셈이다.

집외벽은 노란 빛깔이 감도는 고령토 벽돌로 마감했다.

비용은 흔히 쓰는 붉은 벽돌과 비슷하지만 색감은 한결 산뜻하다.

고령토 벽돌은 집내부 벽의 마감재로도 사용됐다.

다른 다가구주택들과 차별화에 성공하면서도 건축비는 평당 2백50만원으로
비슷하게 들었다.

83평 부지에 연면적 1백21평으로 집을 짓는데 총 4억5천만원이 들었다.

이중 1억5천만원은 1층과 2층에 세든 4가구의 전세금으로 충당해 실제 들어
간 돈은 3억원안팎.

집주인인 이씨는 3층을 사용한다.

목재가 주재료인 3층에는 하루종일 햇볕이 들어온다.

사방으로 창문을 낸데다 천장에도 환기와 채광기능을 겸한 창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파고드는 햇살은 집안내부를 밝고 경쾌하게 만들고 있다.

또 경사진 지붕을 이용해 다락방도 마련했다.

이렇게 잘 지어진 집이어서인지 여느 다가구주택과 달리 임대걱정이 없다.

< 백광엽 기자 kecore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