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개입을 계기로 조계종 분규가 수습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청사를 되찾은 도법 총무원장 대행체제는 오는 29일 새 총무원장선거 실시
에 이어 조기에 총무원 분규사태를 수습, 실추된 종단의 위상을 회복해 나가
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는 고산 쌍계사 주지와 지선 백양사주지가 출마했다.

고산스님은 월주 전총무원장측과 중앙종회의 지지를 얻고 있다.

지선스님은 젊은 승려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3일 부천 석왕사에서 서로 만나 선거를 공정하게 치르고 선거결과
에 승복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분규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산측은 분규과정에서 지선후보가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왔다고 주장하
고 있다.

지선측은 고산측이 분규기간동안 침묵하고 있다가 사태가 해결국면으로
들어서자 무임승차하려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문중문제도 쟁점의 하나로 제기되고 있다.

월하종정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혜암 원로회의의장이 고산스님과 같은 문중
으로 자칫 종정과 총무원장을 한 문중에서 독식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조계종사태가 해결국면으로 들어섰다해도 분규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정화개혁회의측이 다른 곳에 사무소를 마련, 계속 투쟁한다는 입장을 고수
함에 따라 종권이 종정측과 총무원측으로 양분될 위험성이 있는 것.

또 종정과 총무원 중앙종회 원로회의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행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만큼 서로의 의견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돌출될지도 미지수다.

다만 이번 분규가 완전히 수습된 후에는 재가불자의 입김이 세지고 사찰
재정의 투명성이 보다 확연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불교가 기복종교에서 벗어나 자아성찰을 위한 선종으로서의 성격이 보다
짙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오춘호 기자 ohc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