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한국의 노동시장은 유례없는 지각변동을 경험했다.

완전고용수준(2%대)을 유지하던 실업률은 IMF이후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
7%대까지 치솟았다.

실업대란속에 대학생들은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채 졸업과 동시에 거리
로 내몰렸다.

어렵게 취업을 해도 대부분 인턴사원이다.

살아남은 자의 고통도 적지않았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임금삭감 또는 동결이 이뤄졌다.

정리해고바람으로 자리를 유지해도 업무량은 오히려 폭증했다.

실업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청와대회의나 국무회의때 마다 실업대책은 단골
메뉴로 올려졌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전개한 "1백만일자리만들기(One Million Job)운동"은
실업해결책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부에 하나의 방향타가 됐다.

노사관계 역시 감원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으로 얼룩졌다.

노사분규가 94년이후 5년만에 증가세로 반전됐다.

개별사업장은 물론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상급노동단체들도 총파업을 감행
했다.

이런 와중에서 평생직장.완전고용의 신화는 산산히 부숴졌다.

특히 지난2월 노사정합의에 따라 도입된 정리해고는 전국의 산업현장을
휩쓸었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은 쉽게 해고되고 쉽게 채용되는 소위 정글법칙이 지배
하는 살벌한 노동시장에 서게 됐다.

<>사회문제화된 실업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0월말 현재의 실업률은 7.1%,
실업자수는 1백53만6천명.

그러나 불완전고용을 포함하면 2백만명을 넘을 것이라는게 민간 연구단체들
의 분석이다.

IMF체제 이전의 2%대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실업의 질도 달라졌다.

총실업자 중 6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의 비율은 올 상반기에는 19%를 밑돌았
으나 하반기에는 22%, 내년에는 30% 수준으로 각각 치솟을 전망이다.

구조조정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단행됐다.

제조업은 물론 안정적인 직장의 대명사로 꼽혀오던 은행권도 예외는 아니었
다.

금융권은 97개 기관이 문을 닫고 3만여명이 실직했다.

연말에 발표된 5대그룹의 빅딜합의는 또다시 대량실직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경제신문사가 하반기부터 전개해온 OMJ운동은 실업대책을
찾기위해 고심하고 있는 정부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청와대는 물론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위원회 노동부 등 경제부처들이 OMJ운동
에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하고 효율적인 일자리창출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취업 =노동부산하 중앙고용정보관리소에 따르면 올들
어 지난 10월말까지 고용전산망에 입력된 구직자는 모두 1백40만1백3명.

이 가운데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8.6%인 12만7백30명에 불과했다.

특히 대기업의 취업문은 꽁꽁 얼어붙었다.

웬만한 기업이라면 취업경쟁률이 1백대 1을 훌쩍 넘기도 했다.

이에따라 올해 대학가에는 이념투쟁 대신 "여대생 먹고살기 대책위원회" 등
생존과 관련된 조직들이 등장했다.

취업대란속에서 대학이 이제 더이상 "인재양성의 요람"이 아니라 "실업자
양성소"가 돼버렸다는 증거들이다.

이런 취업난속에서도 3D업종은 여전히 기피대상이었다.

중소기업청이 지난 달 5인이상 3백인미만 중소업체 7백50개를 상대로 조사
한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3D업종이 대부분인 20명 미만의 영세소기업의 인력부족률은 11.8%로 평균
인력부족률 1.89%의 6배가 넘는다.

<>크게 깎인 임금 =IMF체제이후 경영난에 봉착한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근로자들의 임금삭감에 나섰다.

올들어 지난10월말 현재 임금협상을 타결한 사업장 4천6백7개 가운데 임금
을 동결하거나 삭감한 업체가 84.6%나 됐다.

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3.4분기 중 근로자들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1백41만
7천원.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실질임금은 1백20만4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백40만3천원에 비해 14.2%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임금삭감수준은 더욱 크다.

보너스가 왕창 깎여나간데다 통계에 잘 잡히지않는 각종 수당이 무더기로
없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새벽인력시장의 건설인부도 일당이 내렸다.

과거 웬만한 기술 하나만 있으면 하루 10만원은 쉽게 넘어갔으나 요즘은
5만원만 넘어도 경쟁이 치열해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연봉제 확산 =임금이 깎인 가운데 일한 만큼만 받아가라는 연봉제가 기업,
은행권 심지어는 공공부문으로까지 급속히 확산됐다.

우리사회도 능력급제가 서서히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30대 그룹 가운데 이미 23개 그룹의 상당수 계열사들이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현대는 금강기획, 현대자동차 등 4개사가 시행중이다.

삼성은 올해 전 임원에 대해 연봉제를 실시중이고 이하 직급은 계열사별로
시행중이다.

공기업으로는 토지공사가 내년부터 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57개 정부출연 연구기관들도 연구실적에 따라 차등을 두는 성과급제를 전면
도입할 방침이다.

<>악화된 노사관계 =94년이래 줄곧 감소해오던 노사분규가 5년만에 증가세
로 돌아섰다.

올들어 이달 15일까지 발생한 노사 분규건수는 1백22건.

지난해 78건보다 56%나 증가한 수치다.

노사분규 내용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현대자동차, 만도기계 등 대기업들의 노사분규는 국내노사관계에 큰 악영향
을 끼쳤다.

특히 이들 사업장 노조들은 생존권사수를 위해 결사항전식으로 파업을
벌였다.

지난5월과 7월 두차례에 걸쳐 민주노총이 전국적 규모의 총파업을 주도한
것도 대립적 노사관계를 부추겼다.

노사분규의 주요쟁점은 과거 임금문제와는 달리 생존권이었다.

구조안정(53건)과 체불임금(20건)이 전체분규의 70%를 차지했다.

사업주들의 부당노동행위도 급증했다.

근로자들이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접수한 건수가 지난해 3천2백81건
보다 훨씬 많은 4천9백71건이나 됐다.

그러나 임단협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4.4분기부터는 무파업선언 사업장이
늘어나는 등 노사협력분위기가 확산되기도 했다.

< 김광현 기자 kkh@ >

[[ 98년 노동관련 주요일지 ]]

<> 1월15일 - 제1기 노사정위원회 발족
<> 2월중 - 실업자 1백만명 돌파(1백23만명, 실업률 5.9%)
<> 2월14일 -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 국회 통과
<> 3월26일 - 종합실업대책발표
<> 4월15일 - 실업자 대부사업실시
<> 5월27일 - 민주노총 총파업
<> 6월중 - 실업자 1백50만명 돌파(실업률 7.7%)
<> 6월3일 - 2기 노사정위원회 출범
<> 7월1일 - 근로자파견제시행
<> 14일 - 현대자동차노조 정리해고제문제로 파업돌입
<> 23일 - 민주노총 2차총파업
<> 8월10일 - 정부, 하반기 실업대책 확정
<> 24일 - 현대자동차 2백77명 정리해고 결정
<> 9월3일 - 만도기계파업 경찰력투입
<> 10월1일 - 고용보험 4인이하 전사업장 확대 적용
<> 11월 - 실업자노조허용 논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