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하던 전직 대통령들이 잇따라 여론 전면에 등장하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사가들은 벌써부터 "정치활동 재개의 신호탄이다" 또는 "내년초부터
가시화될 정계개편과 관련있다"는 등 여러가지 추측들을 내놓고 있다.

물론 너무 성급한 예단이라는 게 정가의 중론이지만 한나라당이 정치
지도력 부재로 "내홍"을 겪고 있는 터라 무심코 지나칠 수만은 없다는 지적
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산행에 나선 것 외에 은둔생활을 하다시피
했다.

지난 98년 임기말 내각들의 모임자리도 언론에 미리 공개되자 불참하는
등 극도의 "기피증세"를 보여 왔던 것.

이런 김 전 대통령이 새해 1월1일 상도동 자택 대문을 활짝 열고 세배꾼들을
맞이한다는 것은 의미있는 변화로 보기에 충분하다.

김 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21일 신상우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김무성
박종웅 김형오의원들을 만나 경제청문회 증인으로 절대 나설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또 22일에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 김명윤의원 등과 만찬을 함께 했으며 28일
에는 박관용 김덕룡 한나라당 부총재, 한승수 전 비서실장 등을 만날 예정
이다.

새해 첫날의 상도동 개방이 단순한 떡국 한그릇 대접이 아님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또 이날 세배에는 김덕룡 부총재와 서청원 강삼재의원 등 야권내 민주계
인사들이 전원 다 참석할 예정이어서 세과시를 넘어선 "뭔가 있지 않겠느냐"
는 전망을 갖게 한다.

아울러 지난 21일 상도동을 방문했던 박종웅 의원을 통해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나라가 잘 되길 바랐으나 안타깝다"며 현정권에 대한 시각의
일단을 내비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 지난달 29일 전두환 전대통령의 목포 방문도 여전히 정치권에 여진으로
남아 있다.

국민회의 인사들과 연희동측 모두 동서화합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참석했다며
애써 확대해석을 말아달라는 반응이지만 분위기는 예전같지 않았던게 사실
이다.

또 목포방문 당시 한나라당내 대구.경북(TK)지역 의원들의 동요가 한창인
가운데 이뤄져 "5공신당설" 등 여러 추측을 낳고 있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