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담당임원들이 날개를 달았다.

재계 연말인사에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이다.

LG의 강유식 구조조정본부 부사장이 사장으로, SK 구조조정본부장인 유승렬
전무가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한 것을 비롯, 대기업의 구조조정 담당임원들이
승진의 선두에 나서고 있다.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도 자리를 그대로 지키게 됐고 현대는 연말
인사를 앞두고 자동차사업 구조를 재편하면서 그룹 경영전략팀장을 맡았던
이계안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자동차부문 기획조정실장을 맡겼다.

구조조정 담당임원들이 이처럼 약진하고 있는 것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재계 경영의 중심은 구조조정에 집중될 수 없기 때문.

5대 그룹의 경우 최근에야 채권은행들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데다
굵직한 대규모 사업교환을 진행중에 있다.

현대와 LG는 반도체 통합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여야 하고 삼성과 대우는
자동차사업과 전자사업을 맞교환키로 하고 절충에 나서 있다.

올해가 구조조정의 계획수립기라면 내년은 본격적인 실행기인 셈이다.

지승림 삼성 구조조정본부 기획팀장(부사장)은 "내년 대기업의 최대 경영
목표는 구조조정의 완결"이라며 "구조조정의 결과에 따라 기업들의 21세기
경쟁력이 판가름나는 만큼 내년에는 그룹의 모든 역량을 구조 재편에 쏟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구조조정 담당임원들에게는 과거 기획조정실장이 갖고 있던 것보다
막강한 힘이 실리게 된다.

이미 구조조정본부장들의 힘은 계열사 사장단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계열사 사장들은 오히려 자리보전에 전전긍긍할 뿐이다.

계열사 수를 절반이하로 줄인다면 사장단의 자리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
이다.

올해 대기업 인사에서 전보 인사가 크게 줄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차피 줄어들 자리를 지금 손댈 필요가 없다"는게 각 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구조조정본부장들이 맡은 또다른 임무는 부드러운 세대교체.

궁극적으로 "재벌 해체"를 요구하는 정부의 분위기에 맞춰 이 기회에
2,3세들의 분가를 이뤄 보자는게 총수들의 판단.

여기에도 구조조정본부장들의 역할은 중요하기만 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는데 당연히 수반되는 계열사
사장단과 임직원들의 반발을 극소화시키기 위해서라도 구조조정 담당임원들
에게 막강한 권한을 실어주겠다는게 총수들의 의지"라며 "따라서 재계 경영
구조의 핵은 당분간 구조조정 담당임원들로 채워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