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은 세계 과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어느해보다 굵직굵직한 이슈가 많았고 혁신적인 연구성과가 대거 발표됐다.

이 가운데 특히 다세포 생물로는 처음 선충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밝혀낸
것은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립자인 중성미자가 실제로 질량을 갖는다는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마이크로칩과 생물학 실험장치를 결합한 바이오칩이 개발됐는가 하면 먼
별을 정밀 관측해 우주의 팽창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검증한 것도 커다
란 성과였다.

국내에서도 많은 과학계의 뉴스가 쏟아져나왔다.

유전자 조작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등장했고 환경호르몬의 심각성이 본격
제기됐다.

동물 대량 복제시대가 열리면서 인간 복제 가능성을 두고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

국내 학자가 차세대 반도체기억소자 등에 쓰이는 탄소나노튜브를 세계에서
처음 이론화해 주목을 끌었다.

30여년만의 처음이라는 별똥별쇼가 "별볼일"없이 끝났지만 우주에 대한
관심을 유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생명의 대량복제시대 열렸다 =지난해 2월 영국에서 최초의 복제양 돌리가
탄생한 이후 올들어 동물들의 복제사례가 잇따랐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생쥐와 소 원숭이 등을 이용해 복제동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에따라 체세포 복제기술은 이미 세계학계에 널리 퍼졌다.

미국에서는 인간과 소를 합성해 반수반인을 만드는 실험까지 진행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경희대 의료팀이 복제인간의 초기 실험 결과를 발표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유전자지도 분석의 기틀 마련됐다 =미.영합동연구팀은 지난 11일 선충의
유전자에 들어있는 9천7백만개의 DNA(디옥시리보핵산)염기쌍을 완전히 해독
해내는데 성공했다.

길이가 1mm에 불과한 작은 벌레이지만 동물의 유전구조가 완전히 해독되기
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선충은 진화의 갈래가 인간과는 다르지만 생물학적으로는 놀라울만큼
유사한 면이 많다.

따라서 이번 연구성과는 인간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기 위한 결정적인 진전
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를 "인간의 달 착륙보다 더 획기적인 업적"으로 평가
하고 있다.

이를 기초로 인간 유전자 구조가 밝혀질 경우 질병과 노화 등 각종 생명현
상을 근본부터 풀어낼 수 있게 된다.

<>중성미자도 질량을 갖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우주탄생의 비밀을 풀어줄
중성미자(뉴트리노)가 질량을 갖고 있다는 실험결과가 처음 발표됐다.

그동안의 물리학 이론들은 물질을 구성하는 12개의 기본입자중 뉴트리노만
질량을 갖지 않는 것으로 설명했다.

이번 연구성과로 중성미자가 질량이 없다고 가정하고 세운 기존 물리학
이론들의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또 이번 연구결과는 우주의 모든 힘(중력 강력 약력 전자기력)을 하나의
통일된 원리로 설명하려는 "통일장 이론" 연구수준을 한단계 높일 것으로
보인다.

1백20여명이 참가한 이번 실험에는 국내에서 서울대 김수봉 교수(물리학)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21세기 연금술 탄소나노튜브 발견 =꿈의 반도체로 불리는 테라비트급
탄소반도체 제조의 길이 국내 학자에 의해 열렸다.

지난 1월 서울대 임지순 교수(물리학)는 탄소나노튜브가 집적도를 지금의
실리콘 반도체보다 1만배이상 높인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를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 것.

탄소나노튜브는 육각형고리로 연결된 탄소들이 긴 대롱 모양을 이루는 지름
1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미세한 분자다.

인장력이 강철보다 1백배 강하고 유연성이 뛰어나다.

이 나노튜브가 다발로 묶이면 반도체성격을 띤다는 사실을 규명해낸 것이다.

<>국제우주정거장 건설 본궤도에 올랐다 =오는 2004년 완공될 국제우주정거
장의 건설이 지난 11월 본격 시작됐다.

우주정거장의 첫시설이 될 부품(자랴)이 로켓에 실려 발사된 것.

두번째 시설은 이달 4일 발사돼 자랴와 성공적으로 연결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 주도로 진행되는 우주정거장 건설은 앞으로 4년간
계속된다.

총길이 1백8m의 거대한 이 우주정거장이 완공되면 지구에서는 불가능한
각종 우주실험을 진행한다.

또 자체적으로 우주선을 제조, 우주탐험에도 나서게 된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