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적정환율 논쟁이 불붙고 있다.

수출업계는 원.달러 적정환율을 1천3백원대로 보고 있다.

환율이 1천1백원대로 추락할 경우 수출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외국계 일부 연구기관은 원.달러 적정환율을 1천원대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같은 시각차는 적정환율을 산출하는 방식이 다양한데 따른 결과다.

한 나라 통화의 대외가치를 측정하는데는 평가기준이나 이용목적에 따라
실질환율, 실효환율, 구매력평가환율 등 다양한 환율개념이 이용되고 있다.

이중 대표적인게 주요 교역상대국의 물가와 교역량을 감안해 산출하는
실질실효환율과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감안하여 산출하는 수출채산성 환율
이다.

<> 적정환율을 밑도는 실제환율 =교역비중이 많은 13개국 물가수준을
감안한 실질실효환율을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적정 원.달러 환율 수준은
1천2백50~1천3백원 안팎이다.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환율
은 대체로 1천3백원대로 파악됐다.

일부에선 한국과 수출경합관계가 높은 일본 상품과의 경쟁력을 감안, 1엔당
10원이나 11원 정도가 적당하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일본제품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원.달러 적정환율은
1천1백60원~1천2백70원이다.

최근 1천2백원선을 기록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적정환율보다 최소한
50원 정도가 낮은 수준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 득보다 실이 많은 환율하락 =일반적으로 환율이 과도하게 하락(원화절상)
하면 수출은 줄고 수입이 늘어나 경상수지가 악화된다.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선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기는 요인이
된다.

반면 환율하락은 수입상품의 가격을 떨어뜨려 국내물가를 하락시키고
기업의 외채상환부담을 줄인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의 현상황에선 환율이 적정수준을 밑돌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들어 한국은 수출부진속에서도 4백억달러에 달하는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대폭적인 수입감소 덕택이었다.

대규모 무역흑자는 환율과 금리를 안정시키고 가용외환보유액을 늘려
한국의 위기탈출 가능성을 밝혀 준 일등공신이 됐다.

내년엔 사정이 다르다.

정부는 99년 경제운영의 무게중심을 경기활성화에 두고 있다.

수입이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내년엔 수출을 늘려 무역흑자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최근처럼 원.달러 환율이 적정수준보다 하락할 경우 내년 수출과
외환수급에 악영향을 초래하게 된다.

뿐만 아니다.

경제 기초여건보다 더 낮은 환율수준이 유지될 경우 디플레 효과로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한다.

환율하락은 기업 구조조정에도 걸림돌이 된다.

환율하락이 기업의 외채원리금 상환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기업이 생명을 연장해 나갈 수 있다.

적정수준을 밑도는 환율은 기업들의 구조조정 의지를 퇴색시킬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적정환율 시각차 ]

<> 수출업체및 지상사
- 기준 : 수출채산성 환율
- 적정환율 : 1천3백60원

<> 산업연구원
- 기준 : 실질실효환율
- 적정환율 : 1천2백50원

<> 빅맥지수
- 기준 : 구매력평가환율
- 적정환율 : 1천16원

<> 노무라연구소 한국지사
- 기준 : 구매력평가환율
- 적정환율 : 1천46원~1천96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