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Day 4".

유럽의 공동화폐인 유러화가 출범할 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1월1일이면 유럽대륙이 오랫동안 염원해온 "유러피아(Europia)"의
꿈이 영근다.

"20세기 최후의 경제실험" "세계경제의 대역사" "유럽의 재탄생".

유러랜드(유러화 도입 11개국)에 대한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그만큼 유러화 출범은 현대 경제사에 큰 획을 긋는 대사건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견고한 경제블록의 출현이자 "유럽합중국" 탄생의 예고편
이다.

이로써 세계경제지도의 재편이 불가피하다.

국제금융시장 질서는 물론 무역구조도 뒤바뀌게 됐다.

<> 통일유럽의 초석 =유러화의 등장으로 유럽합중국의 출현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11개국이 단일통화를 사용한다는 것은 국가간 M&A(인수합병)의 첫걸음이다.

유러화로 유럽대륙은 통화통합을 이뤘다.

앞으로 경제와 통상정책들도 단일화 되면 유럽합중국이 탄생한다.

이제 그날도 멀지 않았다.

21세기에는 충분히 가능하다.

세계가 유러화 출범에 촉각을 곤두 세우는 것도 따지고 보면 유럽합중국의
탄생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 유러랜드의 위용 =지금 당장 유러랜드는 세계최대 경제국인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력을 갖고 있다.

2억9천만명의 소비자, 연간 6조8천억달러의 GDP(국내총생산), 20%에 달하는
세계수출비중, 21조1천억달러의 금융자산은 유러랜드를 단번에 "제2의 미국"
으로 만든다.

미국의 2억6천만명(소비자), 8조1천억달러(GDP), 16%(수출비중),
22조9천억달러(금융자산)와 비교할 때 손색이 없다.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은 한참 뒤로 처진다.

각각 1억2천만명, 4조1천억달러, 10%, 16조4천억달러인 일본경제는 유러랜드
의 적수가 안된다.

유러랜드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그리스 스웨덴 덴마크 등 나머지 4개 EU
(유럽연합)회원국들까지 3~4년후쯤 유러화를 도입하면 유러랜드는 세계최대
경제권으로 부상한다.

<> 국제통화체제의 양극화 =유러화는 단순히 "또 하나의 화폐"가 아니다.

70년전 영국 파운드화를 밀어내고 세계기축통화가 된 달러화와 견줄수 있는
강력한 통화다.

유러랜드는 경제력과 경제안정성에서 유러화를 기축통화 반열에 올려 놓기
에 충분하다.

유러화는 출범 첫해인 내년 세계 외환보유액중 약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에 현재 세계외환보유액 구성통화중 60%를 점유하고 있는 달러비중은
50%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엔화 비중은 지금의 9%안팎에서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금융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후 2005년쯤에는 세계통화체제가 지금의 달러-마르크-엔의 3극구조에서
달러-유러의 양극구조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와 유러의 세계외환보유 구성비가 40대 40으로 대등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프레드 버그스텐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 소장은 향후 5년간 세계금융자산
중 1조달러가 달러화에서 유러화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유러의 양극체제 도래를 당연한 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