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이후 환란으로 크게 고생한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유러화 표시
채권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앞으로는 무역결제 및 지불준비 수단으로서 달러의 비중을 줄이고 유러화로
위험을 분산시키자는 생각들이다.

실제로 유럽의 금융기관들이 유러화 표시채권을 판매하기 시작하자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들은 서둘러 매입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최근 "아시아 4개 중앙은행이 오스트리아 정부가
발행한 유러화 채권을 5천만 유러어치나 매입했다"며 "앞으로 기채 총액의
10~20%가 아시아에서 팔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만큼 유러화가 인기라는 얘기다.

중국 인민은행은 앞으로 3년안에 외환보유액의 3분의 1을 유러화로 전환할
계획이다.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유럽연구소의 추위안룬 소장은 "유러화가 새로운
기축통화로 유력하다"며 유러화 확보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현재 외환보유고는 1천4백37억달러.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다.

추위안론 소장은 외환보유액중 유러화의 비중을 당장 내년에 19%로 높이고
앞으로 2~3년내에 35%로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62%수준인 달러화 비율은 50%로, 엔화는 15%에서 8%로 각각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보유 세계 4위인 대만도 8백억달러중 상당량을 유러화로 대체할 계획
이다.

필리핀과 태국 등도 이미 외환보유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 유러채 매입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도 유러화 시대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캐논 파이오니어 마루베니 등 일본 기업들은 자금결제를 유러화로 일원화
하거나 자금조달을 유러화로 전환하는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캐논은 내년 1월1일에 탄생하는 유러화에 맞춰 본사와 유럽 자회사간
결제를 모두 유러화로 전환키로 했다.

거래처의 결제요청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춤으로써 영업활동
을 지원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국제경제연구소(IIE)는 "수년안에 세계 각국 통화 포트폴리오 가운데
약 5천억~1조달러가 유러화로 대체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당장 내년초에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액중
5백억달러 상당을 유러화로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러가지 변수가 있긴 하지만 유러화가 국제 기축통화로 자리잡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