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화는 국제 금융시장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게 된다.

통화와 주식 등 금융시장에 달러화를 대체할 강력한 새 상품이 등장함에
따라 대대적인 자리바꿈이 예상된다.

국제금융 질서 자체를 뒤흔드는 것이다.

유러화 등장은 단순한 "통화동맹"을 넘어 미국과 일본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제블록의 탄생을 뜻한다.

미국과 일본은 유러화의 등장이 몰고올 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통화시장 =유럽 통화들은 그동안 시장에서 격에 못미치는 대접을 받아
왔다는 게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불만이다.

EU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

그러나 무역거래에서 절반이상이 달러화로 결제돼 왔으며 금융거래에서는
87%가 달러화 영역이었다.

유럽 주요통화인 마르크화나 프랑화, 파운드화는 이에 휠씬 못미쳤다.

지난 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성립후 세계 통화시장은 "달러 패권주의"
시대였다.

유러랜드에 참가하는 11개 회원국들은 유러화가 등장하면 이런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럽 단일통화가 등장하면 유러랜드에 참가하지 않은 영국과 유럽 주변국
들도 결제통화의 상당부분을 달러에서 유러화로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결제통화로 정착되면 유러화는 외환보유의 수단이나 위험분산을 위한
안전통화로서의 역할이 커질 것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유럽 통화권인 동구권에서조차 달러화가 독일 마르크화
보다 거래수단으로 자주 사용돼왔으나 "수년안에 동구권 국가들의 무역거래중
90%이상이 유러화로 결재되고 전세계적으로는 50%수준으로 뛰어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유러화 등장으로 달러화의 세력이 약화되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정치.외교적인 면에서도 미국의 목소리가 작아질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이런 미국보다 일본은 더 다급한 입장이다.

유러화는 엔화의 위상을 크게 위축시킬게 분명해서다.

일본은 유러화 등장에 대비해 아시아에서 강력한 "엔화동맹권"을 구축,
달러 유러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 국제 증시 =유러화 출범에 맞춰 유럽연합(EU)에 범유럽 단일증시가
출범한다.

범유럽 단일증시에는 파리 런던 프랑크푸르트 마드리드 암스테르담 취리히
밀라노 브뤼셀 등 8개 증권거래소가 참여한다.

범유럽단일증시의 규모는 주식싯가총액을 기준으로 약 7조~8조달러.

미국증시의 싯가총액이 약 11조달러이므로 미국에 강력한 경쟁자가 탄생
하는 셈이다.

더구나 단일증시가 생기면 여러가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게 돼 거래주식과
규모가 크게 늘게 된다.

그동안 유럽증시 통합논의는 우여곡절을 거쳐왔다.

지난 7월에 프랑크푸르트와 런던 거래소가 통합을 전격 선언했었다.

이에 프랑스가 강력히 반발, 나머지 증권거래소를 통합해 맞대응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나머지 주식시장들이 프랑스측 제안을 뿌리치고 규모가 큰 독일-영국
통합증시에 흡수당하는 쪽을 택했다.

단일증시 등장은 영국의 상장기업이 독일 증시에서 돈을 자유자재로 끌어다
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시장의 사실상 통합이다.

따라서 자본거래 증가와 투자활성화를 통해 유럽의 경제력은 성장에 가속이
붙게 된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