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랜드의 출범은 기업들엔 문자 그대로 "위험과 기회"다.

단일통화가 도입되면 국경은 의미가 없어진다.

기업들로서는 사업 기회가 엄청나게 확장되는 동시에 무한경쟁에 노출된다.

기업들은 위기의 돌파구를 메가머저(초대형 합병)에서 찾고 있다.

유럽 대륙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유러화로 통일되면 업체간
가격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가능한 싼 값에 상품을 만들어 최대의 이윤을 남겨야만 거대 단일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최근 일고있는 유럽 기업들의 인수합병(M&A)붐은 유러랜드를 겨냥한 것이다.

대기업들의 M&A 움직임은 특히 두드러진다.

유러 출범이 임박한 이달 들어서만도 초대형 M&A 소식이 잇따랐다.

지난 1일 세계 굴지의 제약업체인 독일 훽스트와 프랑스 롱프랑이 합병을
선언했다.

이에앞서 독일 다임러 벤츠역시 11월 미국 크라이슬러와 전격 합병을 통해
세계 자동차 업계 5위로 올라섰다.

항공기 제작업체인 다임러크라이슬러 에어로스페이스(DASA, 독일)와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BAe, 영국)가 머잖아 합병협상을 매듭지을
전망이다.

DASA와 BAe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이들과 함께 유럽내 항공기제작 컨소시엄
(에어버스)을 구성하고 있는 프랑스의 아에로스파시알과 만트라도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영국의 전기전자회사인 GEC와 프랑스의 정보통신 업체인 알카텔이
5백억달러 규모의 합병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기관도 M&A에 적극적이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미국 뱅커스트러스트를 인수했다.

도이체방크외에도 스위스의 UBS,네덜란드의 ING그룹 등이 미국 금융기관
인수를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들은 중소기업대로 공동전선을 구축해 경쟁력 증강을 꾀하고 있다.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독일의 비아그와 스위스의 알루스위스 론자가 전략적
통합을 선언했다.

프랑스 알카텔 알스톰의 경우 독일 다임러 벤츠그룹 자회사인 AEG의 설비
및 자동화분야와 에너지 기술 분야를 인수했다.

독일 보쉬도 96년 프랑스 레블랑을 인수, 열관리 기술 분야를 보강했다.

기업들은 이처럼 거대 시장에 걸맞는 몸집 갖추기에 주력하는 한편 유러체제
에 맞춰 전산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유러시대로의 전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유러랜드라는 새로운 기회의 땅을 먼저 차지하기 위한 기업들의 대응과
준비는 점점 가열되고 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