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의 송의정(39) 학예연구관은 요즘 며칠째 밤을 새워 가며
"퍼즐 맞추기"를 하고 있다.

그가 맞추는 퍼즐은 그러나 장난감이 아니다.

수백 개 조각으로 이뤄진 가야시대의 토기 퍼즐이다.

퍼즐 크기가 1cm가 안되는 것도 있다.

한번 쓱 보고는 어디에 맞출 것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언제 퍼즐을 완성할수 있을지 알수 없다.

조상의 숨결이 배어있는 것이어서 송씨의 눈은 더욱 매섭게 빛난다.

조각을 이리저리 맞춰 퍼즐을 완성해가는 모습이 예사 솜씨가 아니다.

송씨는 이 퍼즐 완성품에 "대부장경호"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산산조각난 토기가 그를 통해 새 이름으로 세상에 다시 탄생하는 셈이다.

우리가 책이나 박물관에서 볼수 있는 토기는 대부분 이런 경로로
만들어진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속된 학예연구관은 송씨와 같은 일을 한다.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직업이나 토기 그림 등 각종 문화재를 정리 보고
발굴 조사 연구 교육하는 전문직이다.

송씨의 전문분야는 고고학.

그증에서 통일신라시대 이전의 유물이 주연구 대상이다.

우리나라 문화재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온 송씨는 85년 서울대 고고학과를
졸업한뒤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에 들어왔으며 올해로 경력 14년째다.

그가 처음 맡은 일은 현 민속박물관 지하에 있는 유물 수장고에서 유물을
정리하고 등록명세서를 쓰는 일이었다.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특성상 먼지속에서 하루종일 서서 작업하느라
태어나 처음으로 코피를 흘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책에서만 보던 "주먹도끼"를 손에 쥐어보는 등 새로운 세계를
갖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이런 일은 기본.

유물발굴과 유물의 역사적 의미를 찾는 일이 본업이다.

지금까지 발굴한 유물만 10여 군데.

이 가운데 지난 88년부터 3년동안 작업한 경주 황성동 제철유적지 발굴에
특히 자부심을 느낀다.

3~4세기께 우리나라 제출문화를 처음 밝혀낸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현재는 "한.몽 공동학술조사단"을 구성, 몽골에서 유물발굴 작업을 하는 등
한민족 형성과정을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송씨는 몇년 전의 헤프닝을 잊지 못한다.

직업성격상 사람들이 토기나 도자기 등을 가져와 감정을 요구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한 할아버지가 신라시대의 유물로 국보급이라며 "기마인물형
토기"를 가져왔다.

한눈에 크기가 다르고 접착제로 부친 가짜여서 진품이 아니라고 알려줬다.

그런데 2년뒤 그 손자가 똑같은 것을 들고와 감정을 요청하는 웃지못할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송씨는 "시중에 나돌고 있는 문화재 대부분이 가짜"라며 "일반인들이
가짜를 속아 사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램"이라고 말한다.

그는 일반인들이 감정요구를 해와도 정식감정서를 작성해 주지 않는다.

학예연구관의 감정사인을 판매에 악용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서다.

"유물이나 문화재를 확인할 때 신체의 모든 감각을 동원한다"는 송씨는
그중에서 눈썰미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첫 눈에 1차적 감정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조상대대로의 삶이 투영된 문화재들을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