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간 빅딜 문제가 급기야 여야간 정치쟁점으로 부상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28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빅딜, 대우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빅딜이 전면 백지화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반면 국민회의 김원길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반도체 빅딜
이 반드시 성사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나라당 이 총재가 "빅딜 백지화론"을 들고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나라당의 빅딜에 대한 시각은 그동안 "관망반 우려반" 수준이었다.

이 총재는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거의 매일같이 정책위에서 올라오는 보고를
접하고 지속적인 자료수집만을 지시해오는데 그쳤다.

빅딜에 대한 언급도 "대기업 구조조정은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해서는 안되
고 해당 기업과 채권은행에 자율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원론적인 언급으로
일관해왔다.

사실 당과 이 총재를 겨냥한 "총풍과 세풍사건"에 매달려 빅딜에 신경쓸
겨를도 없었다.

그러나 대우와 삼성간의 빅딜과 관련해 일자리를 잃게 된 부산 삼성자동차
공장의 근로자들과 협력업체들의 민원이 쇄도하고 소신발언을 한 장관이
경질되자 "뭔가 심상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연이어 PCS(개인휴대통신)와 케이블TV 빅딜론도 튀어나오자 이제 빅딜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고 국민경제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여기에다 LG측에서 반도체 빅딜에 불만을 품고 법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서자 이 총재는 "전면 백지화"라는 중대결심에 이른 것이다.

한나라당은 "빅딜 백지화론"을 향후 대여공세의 핵심 무기로 삼겠다는 방침
이다.

이미 정책위에서는 경제청문회가 개최될 경우 빅딜문제를 가장 주요한 안건
으로 삼는다는 전략을 세우고 준비작업에 한창이다.

하지만 여권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국민회의 김원길 정책위의장은 "반도체 빅딜을 성사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며 이 문제에 대해 당정간에 이견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어 "LG측이 거부할 경우 채권은행들로부터 금융제재를 받게
되기 때문에 결국 빠른 시일내에 빅딜이 성사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
했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