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한해였다.

세기말의 혼돈이기도 했다.

돌아보면 98년은 한시대의 마감이었다.

회고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아직 진행중인 일들도 많다.

아시아를 강타했던 금융위기는 러시아 등 체제전환국들과 남미를 쓸고
지나갔다.

지난 30년대 이후 60여년만에 역사의 전면에 다시 나타난 악령이었다.

미국만이 "좋은 시간"을 만끽했으나 여인의 치맛자락이 대통령을 탄핵으로
까지 몰아갔고 국론은 분열됐다.

세계 경제계는 21세기를 앞둔 메가머저 열풍에 휘둘렸다.

합병기록은 새기록에 의해 경신됐다.

좌우의 이념투쟁이 끝난 곳엔 "제3의 길"이 새로운 깃발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신정부 출범과 함께 IMF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휘몰아쳤다.

실업자와 노숙자가 길거리를 메우고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여전히 생사여부
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대수술을 받고 있다.

그러나 소떼가 분단의 장벽을 넘었고, 금강산길이 열리는 희망의 자락도
보였다.

그래서 "시작은 나빴으나 결과는 크게 좋아질" 가능성도 갖게됐다.

다행히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한자리로 내려서고 주가가 폭등하면서 한해를
접게됐다.

회고보다는 전망이 요구되는 시간이지만 지난 한해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98년을 읽고 새천년을 앞둔 99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 국내 >>

<>. 김대중 대통령 취임...개혁 기치

헌정 사상 선거로 여야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 15대 대통령이 2월25일
취임했다.

김대중 정부의 출범은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분야에서도 일대 혁신을 몰고
왔다.

새 정부의 경제철학을 담은 "DJ노믹스"는 첫 출발점이었다.

개발독재 시대의 "박정희식 패러다임"은 사라지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 21세기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로 제시됐다.

<>. 쓰러지고 합치고...금융계 빅뱅

종합금융사 14개사 폐쇄.

대동 동남 경기 동화 충청 등 5개 시중은행 청산.

금융기관이 줄줄이 시체처럼 쓰러졌다.

한일-상업은행, 국민-장기신용은행, 하나-보람은행, 조흥-강원은행-현대종금
합병 발표...무너진 한편에선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몸짓이 찬란했다.

98년 금융계는 그야말로 "빅뱅"시대였다.

<>. 외채 만기연장...환란극복 서광

근본적 원인이야 어찌됐던 환란은 달러부족에서 왔다.

우선은 단기외채의 만기를 연장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3월16일 대상채무의 94.8%인 2백18억달러를 만기연장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4월9일 40억달러의 외평채를 발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말 88억달러였던 가용외환 보유액은 자난 15일 현재 4백87억
달러에 달했다.

<>. 구조조정 태풍...선단식경영 끝

6월18일.

기업 구조조정의 출발신호가 울렸다.

5대 재벌의 계열사를 각각 4개씩 포함한 55개 퇴출기업의 명단이 발표됐다.

이른바 선단식 경영의 종언을 고하는 신호탄이었다.

정리대상 기업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못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시작이 반".

이후 몰아닥칠 태풍을 예고하는 사건이었다.

<>. 5대그룹 7개업종서 합종연횡

빅딜은 1년 내내 재계의 화두였다.

그리고 실체는 반도체를 포함한 7개업종에서 5대 재벌간 합종연횡으로
드러났다.

막판에 추가로 나온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사업 맞교환은 빅딜안의
백미였다.

특히 삼성자동차 정리는 기업구조조정의 하이라이트였다.

하지만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이 오히려 기업구조조정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현대, 기아인수...자동차 2사 체제

기아 및 아시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에 인수됐다.

외환위기를 불러온 원인의 하나로 꼽히는 기아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이에따라 국내 자동차 업계의 판도도 크게 달라지게 됐다.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대우자동차가 삼성자동차까지 빅딜로 받아들이게 되면
자동차업계는 명실상부한 2사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 실업대란...155만명 갈곳잃어

구조조정은 직장인에겐 실직을 의미했다.

실업률 7.3%, 실업자 1백55만여명.

정부는 10조원을 쏟아부으며 실업대책을 마련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내년은 98년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

고용불안은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창조적인 일자리 창출 활동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그린벨트 27년만에 해제 결정

침체된 건설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정책으로 그린벨트 해제방안이 발표됐다.

27년만의 일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중 일부 중소도시의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할 계획이다.

또 서울 부산 등 전국 44개 지역도 2000년초까지 부분적으로 풀린다.

헌법재판소도 그린벨트 보상규정이 미비한 것은 위헌이라고 판정해
그 파장이 커지게됐다.

<>. 분단 50년...금강산관광 길 열려

분단 50년만에 금강산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잘린 국토의 허리를 "통일소"로 이어놓더니 금강산
관광사업을 북한과 담판지어 성사시켰다.

IMF체제 이후 실의에 빠져있던 국민들이 실로 오랫만에 듣는 희소식이었다.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도 한껏 고조되고 있다.

<>. 30%대 금리 한자릿수로 하락

금리 한자릿수 시대가 열렸다.

콜금리는 연 7%대, 3년만기 회사채금리는 연 8%대 초반이다.

IMF체제 직후 콜금리가 연 30%대까지 올랐던 때와 천양지차다.

아직 금리 하락이 기업 투자 활성화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시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경제 회복을 위한 금융 여건은 무르익은 것으로 평가된다.

<< 국제 >>

<>. 다국적 거대기업간 합병열풍

다국적 거대 기업들간의 합병 열풍이 몰아쳤다.

4월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 그룹의 합병을 시작으로 금융 자동차 석유업계의
잇단 합병 러시를 불렀다.

다임러벤츠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했고 도이치은행이 뱅커스트러스트를 사는
등 독일기업들의 미국기업 인수가 급증했다.

엑슨과 모빌의 합병(12월)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 금융위기 러.중남미까지 확산

97년7월 태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98년에는 러시아와 중남미로까지
확산됐다.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 (8월)은 롱텀캐피털 등 미국의 헤지펀드들을
부도 공포로 몰아넣었다.

11월에는 브라질에도 구제금융이 실시됐다.

아시아발 세계공황에 대한 공포감이 높아지면서 금융위기의 원인과 처방에
대한 논란도 치열해졌다.

<>. 미국정부, MS상대 반독점 소송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 대한 미국 연방정부와 20개 주정부의 반독점 소송
은 국제적 관심을 모았다.

11월에 아메리카온라인사와 네트스케이프가 합병하면서 MS사를 상대로한
반독점 소송은 일진일퇴의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미국 정부는 메가머저 열풍에 대해서도 반독점의 칼날을 빼들어 반독점 분쟁
최고건수를 기록했다.

<>. 미국 3차례 금리인하...G7공조

아시아의 위기가 장기화되고 남미까지 위험해지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는 10월 이후 3차례에 걸쳐 금리를 0.75%포인트 내렸다.

이국의 금리인하는 세계 금융시장을 완연한 회복세로 돌리는 결정적인
전기가 됐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자 유럽각국이 금리인하에 동참, 선진 7개국의 공조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 클린턴 섹스스캔들...하원 탄핵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직원이던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스켄들은
1백30년만에 현직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아가는 파한을 일으켰다.

미하원은 위증 사법방해 등을 이유로 클린턴 대통령을 탄핵(12월19일)했다.

탄핵 결정을 앞두고 클린턴이 이라크에 대한 공습을 전격적으로 단행,
"부적절한 전쟁"이라는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 독일 총선 콜 패배...좌파정권 집권

지난 9월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16년간 권좌에 머물던 콜총리가 패배하고
슈뢰더가 이끄는 사민당이 집권에 성공했다.

독일에서 좌차 정국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유럽연합 가맹국 15개국중 13개국
에서 좌파정권이 들어섰다.

단일 통화 "유러"의 출범을 앞두고 들어선 새정부들이 추진하는 제3의 길이
새로운 지도이념으로 떠올랐다.

<> 인도네시아 32년집권 수하르토 퇴진

인도네시아의 독재자 수하르토가 5월21일 전격 사임했다.

32년 동안 개발경제를 끌어왔던 그였지만 학생과 시민 등 피플파워를
견뎌내지 못했다.

그후 인도네시아는 종교 및 민족갈등의 소용돌이로 말려들었다.

또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가 체포되고 "인간도살자" 폴 포트가 사망하는
등 지구촌의 독재자들이 잇달아 무대를 떠나기도 했다.


<>. 고개숙인 남성...비아그라 히트

고개숙인 남성과 불만족한 여성들에게 비아그라는 새로운 성의 세계를 열어
주었다.

4월 미국에서 첫 시판된 비아그라는 단연 세계적인 히트상품으로 부상했고
유사제품의 홍수를 불렀다.

비아그라는 시판 이후 1백30명이 사망하는 부작용을 동반했지만 복제양 돌리
등과 함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확대시켰다.

<>. 유가 등 국제원자재 시장 침체

국제유가가 12월중 한자리숫자로 하락하는 등 국제원자재 시장이 침체를
면치 못했다.

아시아 경제위기 등으로 수요가 급감한 데다 산유국들이 감산합의에 실패한
것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는 중동 및 남미 자원 공급국들의 경기침체를 불러 아시아 금융
위기를 확산시키고 세계적인 디플레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던졌다.

<>. 엘니뇨...지구촌 곳곳 기상재해

가뭉과 홍수를 동반한 엘니뇨는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중국의 대홍수는 아시아 경제위기를 더욱 심화시켰고 우리나라도 심각한
호우피해를 당했다.

10월엔 허리케인 "미치"가 카리브해 인근국가들을 강타해 니콰라과 등에서
모두 9천명이 사망했다.

올 한햇동안 기상재해화 천재지변으로 사망한 사람만도 3만2천명에 달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