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민간 금융기관들은 한국이 내년에 마이너스 0.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전히 경기후퇴상태이나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마이너스 1%
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다.

금융기관들은 또 내년 우리나라 경제의 최대 현안으로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들었다.

미국의 경제전문통신인 AP다우존스는 메릴린치 등 세계 11개 은행및
증권사의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99년 아시아경제전망"
설문조사 결과 유력금융업체들이 내년 아시아의 경제성적표가 올해보다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AP다우존스에 따르면 이들 금융기관들은 또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어 내년중 아시아 통화가 소폭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점쳤다.

인플레는 안정권에서 유지되고 민간소비와 기업이익도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 등으로 야기된 신흥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부족으로 아시아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급속히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다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외국인투자를
줄이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의 정치적 불안은 이 지역의 경제회복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평가됐다.

메릴린치증권은 아시아지역 경제가 수출경쟁력 약화와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경제회복이 상당기간 지연되고 있어 "U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멕시코가 지난 94년 겪었던 외환위기 직후 보였던 "V자형" 회복과는
대조적이다.

국가별 경제성장 예측에서 이들 기관은 한국과 말레이시아외의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률을 IMF의 전망치보다 다소 낮게 잡았다.

한국의 경우 이들 기관들은 IMF의 전망치인 마이너스 1%보다 높은 마이너스
0.3%를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이 경제회복여부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골드만삭스 분석가들은 "한국 정부가 기업구조조정과정에서 대기업들
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에 대한 규제조치를 취해 주목을 받았던 말레이시아는 IMF의
예상치인 마이너스 2.0%보다 훨씬 높은 플러스 0.4%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싱가포르도 IMF의 마이너스 0.8% 예측과 달리 플러스 0.4%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됐다.

그러나 IMF가 당초 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던 태국은 금융시스템 불안과
수출경쟁력 약화 등으로 오히려 마이너스 0.7% 성장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이밖에 필리핀 1.1%(IMF 2.5%), 홍콩 마이너스 1.6%(마이너스 1%),
인도네시아 마이너스 4.3%(마이너스 3.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
됐다.

특히 홍콩은 내년도 실업률 증가와 디플레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달러페그제
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의 경우 내년에 7.2% 성장을 기록해 올해(7.8%)보다 성장률이 둔화
되겠지만 여전히 아시아 국가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평가됐다.

대부분 기관들은 중국 정부가 내년중 위안(원)화에 대한 평가절하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릴린치와 레흐만브라더스사는 약 8%의 평가절하를 예상했다.

이번 조사에서 포함되진 않았지만 일본의 성장률은 골드만삭스가 마이너스
0.5%로 예측하는 등 금년에 이어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바클레이즈은행은 엔화가 내년에 한때 달러당 1백75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 관심을 끌고 있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