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서울은행이 해외에 매각되면 우리 금융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전문가들은 두 은행이 외국은행으로 변신하면 외환은행 한미은행 등
합작은행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충격파"가 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합작은행의 경우 1~2명의 임원을 파견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두 은행은
이보다 훨씬 큰폭으로 경영에 개입하거나 직접 경영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선진금융기법과 노하우를 선보이며 한국금융시장에서 "과실"을
챙기려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도 국내금융기관들이 두 은행을 본받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해외출장을 통해 배울 수 없던 여신관행이나 리스크(위험) 회피기법
영업전략 등 "선진" 소프트웨어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금융기관과 직접 대면해야 하는 국내금융기관들도 생존을 위해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하는 등 경영혁신을 한층 가속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은행 해외매각은 바로 올들어 이뤄진 금융구조조정에 이어 시장자율에
의한 금융기관간 차별화와 합종연횡, "금융주권" 공방이란 제2의 구조조정
파고를 예고하는 셈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이미 두 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에 대해 선진은행 수준의
경영지표를 제시하며 중장기 경영계획을 수립해 실천할 것을 요구하는 등
두 은행 해외매각이후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왔다.

전문가들도 국내금융기관들이 수익성위주의 경영에 치중하면서 특화분야에
집중하거나 합병 등을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매각이 성사되면 한국시장을 바라보는 외국투자자들의 시각도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금융시장은 "폐쇄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데다 세계적인
금융기관이 투자할만큼 안정성과 수익성이 있는 시장이라는 국제금융계의
평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자는 "대외신인도가 올라가 금리가 1%포인트만 내려도 연간 15억달러
정도의 금융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기업들이 구조조정약속을 지키도록 압박하는 효과도 크다.

선진금융기관들은 부채비율이 높거나 수익성이 좋지 않은 기업에 대해선
처음부터 대출을 꺼리고 기존여신에 대해서도 회수하는 관행을 갖고 있다.

따라서 방만한 경영을 해온 기업들은 은행거래가 끊기거나 까다로운 요구를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재계가 한때 두 은행을 인수하려 한 것도 선진여신관행을 적용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이런 불이익이나 부작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해온 정부는 부작용보다는 실익이
크다는 입장이다.

금융연구원 지동현 박사도 "두 은행이 자산 예금 대출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 수준이어서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비중 2~5%까지 감안하더라도
외국은행의 시장점유율이 당장은 우려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