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의 해외매각은 대외신인도를 올려 외자유치를 촉진하는 대형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국내금융관행을 혁신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도 "국가신용등급이 조만간 투자적격등급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내 매각을 배제하고 한사코 외국에 팔려고 했던 것도 이런 긍정적
효과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작년 한해가 구조조정의 설계기간이었다면 새해는 이를 실천
하면서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작업에 매진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제값을 받고 팔았는지,또 인수자를 제대로 골랐는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 제값을 받았나 =매각지분을 얼마로 할 것이냐는 우리측이 협상막판까지
고심했던 대목이다.

정부는 51%를 관철시켰다.

정부는 49%를 보유하고 있다가 은행의 경영이 호전돼 주가가 올라가면
이를 시장에 매각할 방침이다.

정부는 출자지분을 비싼 값에 팔아 원금이상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51%를 주당 5천원에 매각키로 한 것은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실사를 맡았던 쿠퍼스앤드라이브랜드(C&L)는 은행을 청산시킬 경우를 기준
으로 자산을 평가했다.

C&L은 영업권 등 무형자산의 가치를 거의 무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인수자는 제대로 골랐나 =뉴브리지컨소시엄은 금융기관보다는 투자펀드
에 가깝다.

이 투자펀드는 GE캐피탈이라는 미국의 대형금융기관이 끼긴 했으나 투자
차익만을 챙기려할 가능성이 높다.

몇년뒤 이 투자펀드가 주식을 시장에 매각하거나 제3의 투자펀드에 되팔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금융관행의 개선이나 금융기관의 공적 기능과 역할을 외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던 홍콩샹하이은행(HSBC)과 좀더 협상을
진행하지 않고 "연내 매각"이라는 "정치적" 요구에 굴복, 성급히 뉴브리지로
결론을 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손실분담은 적정한가 =손실분담기간은 2년동안으로 하되 매각후 1년간은
발생하는 모든 부실에 대해 정부가 1백% 책임을 지고 2년째는 부실중 일정
부분에 대해 모두 책임지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이에따라 뉴브리지는 1년이내에 부실을 드러내려 할 가능성이 높다.

상당수 기업들이 여신을 중단당할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제일은행과 거래하는 국내대기업들은 자금난에 봉착할 수 있다.

구조조정을 통해 은행의 위상이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금융주권" 공방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 소외된 서울은행 =정부는 한때 동시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제일은행이 먼저 팔렸다.

정부는 제일은행 매각이 확정됨에따라 다른 외국투자자들도 한국으로
몰려올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서울은행이 제일은행보다 못한 은행으로 평가된 이상 매각조건이 악화
되리란 분석이다.

또 다른 외자유치에 나서고 있는 다른 은행들도 제일은행과 같은 수준의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높다.

좋지 않은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제일은행 해외 매각 일정 ]

97.12.22 경영개선 조치
98. 1.30 자본금 감축및 정부출자
98. 4.23 매각주간사로 모건스탠리 선정
98. 1~11월 1/2차 자구계획추진
점포 74개, 인원 2,918명 감축
98.11.17 해외매각 입찰시한 99년1월로 연기
98.12.31 뉴브리지컨소시엄에 매각키로 결정
99. 1~2월 자산실사 및 계약서 작성
99. 2~3월중 본계약 체결 및 주식매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