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에 이르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남북한 간의 상이한 정치체제는 물론 현격한 경제력 차이도 장애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독일 통일의 경험은 국내외 경제학자들에게 새로운 테마를 던졌다.

통일에 이르기까지의 효용과 비용을 수리적으로 추론해 내는 작업이
그것이다.

"통일비용"과 "분단비용"은 이를 개념화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호 연구위원의 정의에 따르면 "통일비용이란
통일한국이 통일로 인해 부담해야 하는 모든 경제적.비경제적 비용"이다.

좁은 의미로 해석하면 "통일 이후 남한이 북한에 지원함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북 통일에 필요한 비용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간 20여개의 북한 전문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추정한 통일
비용은 4백억~2조5천억달러(50조~3천조원)로 천차만별이다.

통일비용을 어떻게 정의하느냐, 언제 통일을 이룰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수치는 크게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같은 조건에서 산출하더라도 통일비용엔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들어 2000년에 통일이 이뤄지고, 이후 10년간 들어간 비용을 통일
비용으로 간주하며, 이 기간 중 남북한 지역의 1인당 국민총생산이 같은
수준이 되도록 한다고 가정해보자.

동일한 조건을 채택한 민족통일연구원과 신창민.황의각 교수 등의
연구결과를 비교하면 적게는 2백조원에서 많게는 1천4백조원으로 최고 7배의
차이가 난다.

이는 <>북한의 화폐가치를 얼마로 평가할 것인가 <>북한주민의 노동임금을
얼마로 할 것인가 <>북한의 실업자에 대한 대책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통일비용 추정치는 학문적 차원에서 이뤄진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주요한 논점 중의 하나는 통일비용이
소모성 경비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접근이다.

통일엔 비용도 있지만 편익도 존재한다는 뜻이다.

또 통일이 되지 않았을 때 지불해야 하는 "분단비용"도 고려돼야 한다.

통일비용에 대한 논의는 따라서 "통일편익과 분단비용에 관한 입체적인
분석속에서 진행되야 한다"(민족통일연구원)는 주장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통일비용은 통일 직후 북한의 사회적 경제적 혼란을
최소화하고 북한주민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요구되는 단기비용(위기관리
비용)과 이후 남북한의 이질성을 좁혀나가는 데 사용되는 체제전환
비용만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북한경제를 재건하고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사용되는 돈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관점이다.

특히 기존의 많은 연구들이 독일식 통일을 모델로 삼고 있어 한국형
통일모델을 정립해낼 수 있다면 비용산출은 매우 가변적일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