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보통 새로운 밀레니엄이 내년초, 즉 2000년 새해 아침부터 시작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밀레니엄은 2001년부터 시작된다.

내년은 두번째 밀레니엄의 마지막 해일 뿐이다.

이러한 오차는 현재의 달력이 영(제로)이란 개념이 없던 로마시대의 역법에
기초했기 때문에 생겨난다.

특히 5세기말 흑해지방의 학자인 디오니소스 액지귀스가 그리스도의
탄생년을 AD1년으로 설정한게 결정적이었다.

이 방식을 따르면 첫번째 밀레니엄은 AD1년 1월1일에 시작돼 AD1000년
12월31일에 끝났다.

두번째는 AD1001년부터 AD2000년까지.

당연히 세번째 밀레니엄도 AD2001년에 시작된다.

그러나 "2000년"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내년을 밀레니엄의
첫해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부분의 밀레니엄 맞이 축제도 여기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

세계 시간의 표준이 되는 영국의 그리니치천문대마저도 세번째 밀레니엄은
2001년에 시작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정작 경축행사는 내년에 맞춰
시행할 계획이다.

밀레니엄의 시작연도를 밝히는데 또 하나의 난관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AD1년이 아니라 그 보다 적어도 4년전이나 그 이전에
태어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상당수의 학자들은 그리스도가 정말로 헤롯왕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의 탄생은 BC(Before Christ) 4년이나 그 이전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17세기의 천문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는 디오니소스의 역법은 0년을 인식
하지 못한데다 당시 로마황제였던 티베리우스의 재위기간을 잘못 계산해
7년의 오차를 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지오바니 바라타는 예수 그리스도는 사자좌와 쌍둥이좌
사이에서 유난히 밝게 빛나던 떠돌이별(혜성)이 관측된 해, 즉 BC 12년에
태어났다는 설을 발표했다.

이 혜성은 당시 중국과 유럽의 천문학자들에 의해서도 관측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러한 설이 맞다면 세번째 밀레니엄은 이미 시작돼 버린 셈이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