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1천년주기의 시작을 앞두고 "밀레니엄"(Millennium)의 역사적
종교적 철학적 의미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밀레니엄은 "예수가 재림하며 시작되는 신성한 1천년"에서 비롯된 말이다.

인류는 서기 1000년에도 밀레니엄의 전환을 경험했지만 당시엔 시간이나
역사에 대한 개념이 지금과 달랐다.

현대에 와서 밀레니엄의 시작은 "유장한 시간 흐름속에서의 커다란 전환의
계기"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됐다.

밀레니엄이란 단어의 뜻과 그 속에 내재된 의미, 그리고 "밀레니엄 현상"을
함축하는 키워드 등을 정리해 소개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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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은 천을 뜻하는 라틴어 밀레(mille)와 년(연)을 뜻하는 애너스
(annus)의 합성어다.

"1천년"의 긴 시간을 말한다.

인류가 쓰고 있는 서기, 즉 AD(Anno Domini)는 "주가 탄생한 이후"를
뜻하며 AD1년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연도다.

그래서 내년은 인류가 맞는 세번째 천년, 세번째 밀레니엄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시간보다는 "시대의 전환"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사회적
종교적 의미가 더 크다.

밀레니엄은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하며 시작될 신성한 1천년"을 의미하는
기독교 용어에서 출발했다.

그렇다고 밀레니엄축제가 기독교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숫자는 그 자체로 신화적인 상징력을 갖고 있다.

기독교의 7, 불교의 3 등 종교마다 완전수를 갖고 있다.

서양인이 13을 싫어하거나 한국인이 죽을 사자와 발음이 비슷한 4를 기피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2000년은 연도의 4자리 숫자가 한꺼번에 바뀌며 우수리도 없는 완전수의
해다.

인류가 "2000"이란 숫자에 맹목적인 희망을 거는 것도 그래서 나름대로
설득력을 얻는다.

필립 래미는 "밀레니엄 열풍"이란 저서에서 "밀레니엄은 인류가 만들어낸
달력상의 한 시점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그러나 2000년이란 연도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에 대한 예언적이고 묵시록적
인 의미로 충만해 있다"고 갈파했다.

밀레니엄이 세계인의 화두로 떠오른 것은 지난 70년대부터다.

미국의 사회학자 제럴드 바니 박사가 당시 카터 대통령의 의뢰로 "글로벌
2000"이란 보고서를 작성한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인구 경제 사회 환경 등 제반 분야의 문제점과 대책, 인류의 미래를 조망한
이 보고서는 전세계에서 1백50만부가 팔려 나가며 "21세기학"을 촉발시켰다.

미래사회의 비전을 제시하고 에너지위기 환경오염 문화대변동 등 장애물들
을 없앨 대안을 제시하는게 밀레니엄학의 핵심이다.

어떤 사람은 밀레니엄현상 자체를 대중문화와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환상
이라고 혹평한다.

20세기의 진정한 악몽은 "새로운 밀레니엄이 결코 오지않을 것 같은 현실"
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미래학자들은 밀레니엄이 실체인지 환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2000년은 한 시대의 끝이며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다.

그래서 밀레니엄은 나름대로의 의미와 무게를 갖게 되는 것이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