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기업들은 사상 유례없는 구조조정 과정을 겪었다.

IMF(국제통화기금) 한파에 쓰러지지 않고 버티기 위해 우리기업들은 팔고
떼내고 합치는데 여념이 없었다.

당장의 생존이 급하다보니 미래의 청사진을 먼저 그리고 그 그림에 따라
단계적으로 사업구조를 정비하기보다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서둘러
사업및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외자를 끌어들이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 결과 기업의 재무구조는 IMF체제 이전에 비해 크게 개선되었다.

하지만 사업기반이 좁아져 우리기업 전체의 성장잠재력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기업의 구조조정은 올해 대략 매듭지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도 많은 구조조정이 이루어졌지만 상당수는 계획만 확정된 상태
이고 실행에 옮겨지는 것은 올해가 대부분이다.

지난 1년간의 노력으로 급한 불은 껐다.

이제는 구조조정 이후까지 생각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

사업포트폴리오를 다시 작성하고 조직도 정비해야 한다.

이미 조정된 곳은 조직을 서둘러 안정시켜야 한다.

경영진, 일반 근로자 할 것없이 모두 사업자체에 매진할 수 있도록
추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개편된 조직이 지속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비용.손익구조도 바꿔
놓아야 한다.

그러나 시간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신중하면서도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더욱이 정부는 기업의 지급보증 해소, 대기업의 재무구조개선, 부실기업의
효율적 정리,회계 및 경영의 투명성 확보 등을 중심으로 숨쉴틈없이 기업들
을 죄어오고 있다.

기업들로서는 올해가 지난해 이상으로 숨가쁜 한해가 될 것같다.

<> 강한 체질 만들기 =적자규모를 줄이기 위한 "잘라내기" 일변도의 구조
조정에서 벗어나 이제는 어떤 경쟁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체질"
로 전환해야 한다.

사업매각도 단순히 빚을 갚거나 적자사업을 도려낸다는 목적에서 벗어나
신규사업의 자금원 확보, 또는 사업포트폴리오의 재구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피라미드식 수직적 조직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적은 인력으로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수평형 조직이나 가상기업조직으로 개편한다든지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 보너스나 봉급삭감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
분사 아웃소싱 창업지원 등을 통한 협력적 지원방법 등 체질강화를 위한
방안들을 각 기업의 형편에 맞춰 시도해야 할 것이다.

<> "유동성 확보"에서 "이익중시경영"으로 =시장이 얼어붙어 매출이
줄더라도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찾아내는 것이
과제다.

비용.손익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

비용을 절감해 손익분기점을 매출액 이하로 낮춰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허리띠만 졸라매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원가구조를 바꿔야 한다.

부품조달을 자체생산에서 외부조달로 바꿔 보거나 자체유통경로를 대리점
쪽으로 바꿔 효율을 꾀하는 등 줄일 것은 줄이고 늘릴 것은 늘리는 것이
요령이다.

고정비를 변동비로 바꿔 손익분기점을 낮추는 것도 방법이다.

손익의 판단기준이 종래 매출액이나 이익의 절대규모, 매출액 이익률 등
규모위주의 변수에서 자본이익률 총자본이익률 경제적 부가가치(EVA) 등
기업의 투자효율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바뀌고 있음도 감안해야
한다.

<> 사업포트폴리오와 제품.시장메트릭스 조정 =문어발식 경영의 시대는
끝났다.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비주력을 처분하고 주력에 역량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으로 성장전략을 바꾸었다.

하지만 문어발의 절단 그 자체가 성장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선택된 사업에 힘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비전을 제시함과
동시에 이익을 극대화할 수있는 구체적 전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디지털화, AV(오디오비주얼).IT(정보기술), 글로벌화라는 세개의 축을
세운 뒤 여기에 맞춰 구조조정을 추진해 성공한 일본의 소니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업포트폴리오 조정이 마무리되면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구성
(product mix)을 세계지향적, 미래지향적으로 바꿔 가야 할 것이다.

의류업체들이 인기없는 몇개 브랜드를 버린다든가, LG전자가 국내 PC사업을
LG-IBM에 이관해 모든 제품라인을 제거한다든지, 현대전자가 PC사업부
미디어사업부 홈오토메이션사업부를 정리하고 메모리와 통신시스템에만
주력하기 위해 일부 제품라인을 제거한다든지 하는 것들이 이에 해당된다.

기업들은 또 현재의 시장을 새롭게 평가, 성장성과 경쟁력을 견주어 보고
경쟁력있는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미래 성장잠재력이 큰 시장을 개척해
장기적 수익기반과 시장기반을 갖추도록 신경써야 할 것이다.

<> 부채구조의 지속적개선 =올해는 부채비율을 2백% 이하로 낮춰야 한다.

기업들은 사업이나 자산매각, 외자유치 등을 꾸준히 추진하고 상호지급
보증도 조속히 해소하도록 힘써야 한다.

그렇더라도 5백20%(97년말 기준)에 달했던 30대 그룹의 부채비율을 단숨에
2백%로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은행대출금의 출자전환(debt-equity swap)
이 불가피할 것이다.

<> 투명성확보와 지배구조개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최고경영자의
전횡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은 경제위기를 맞아 특히 두드러졌던
부분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어디에서든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항에 대해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는 없다.

정부 은행 투자자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의 변화를 직시해야 한다.

사외이사가 주총에서 소액주주의 권한을 대변해 주고 기관투자가나 감사
또한 다른 주주의 권한을 보호할 수 있도록 기업들도 내부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한 주요 정책 ]

<> 회계투명성

- 항목 : 결합재무제표 작성 의무화
- 내용 : 1999년 사업연도부터 작성(지배력기준)

- 항목 : 감사인선위원회 의무화
- 내용 : 외부감사인선위원회 설치 의무화

- 항목 : 회계관계인 벌칙 강화
- 내용 : 회계및 감사관련 위법행위시 처벌 강화

- 항목 : 기업회계기준 개정
- 내용 : 국제기준에 맞도록 98년 하반기중 개정

- 항목 : 국제기준에 상응하는 공시
- 내용 : 외부감사 작성 반기회계보고서및 분기별 회계보고서 공표
(IMF 요구 사항)

<> 지배구조

- 항목 : 소액주주권 행사요건 완화
- 내용 : 대표소송권 등

- 항목 : 사외이사선임
- 내용 : 상장사 이사의 4분의 1 이상, 최소 1인

- 항목 : 사실상 이사의 책임
- 내용 : 업무집행관여자 책임 인정(상법개정중)

- 항목 : 이사의 충실의무
- 내용 : 회사이익 극대화 노력(상법개정중)

- 항목 : 누적투표제
- 내용 : 2인이상 이사 선임시 누적투표 청구가능(상법개정중)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