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전 로마 시인 버질(BC70~19)의 대서사시 "아이네이드"(문학과의식)가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김명복 연세대 교수가 7년간의 번역끝에 선보인 역작이다.

이 작품은 로마 건국과 아우구스투스의 영광을 노래한 트로이의 장수
"아이네아스"에 관한 이야기다.

트로이 멸망을 다룬 호머의 "일리아드"의 속편 격이다.

트로이 패망 이후 아이네아스가 이탈리아에서 제2의 트로이를 건설하는
과정이 줄거리다.

"나는 전쟁과 그 전쟁의 영웅을 노래할 것이다"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뛰어난 문체 때문에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한 시금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4세기에 단테가 "신곡"을 쓰면서 받아들인 전통도 바로 버질의 시였다고
한다.

단테는 아이네아스가 지하 세계에서 지옥과 천국을 경험한 것을 구체적으로
옮기고 지옥편에서는 버질을 안내자로 삼아 그의 "아름다운 문체"를 찬양하기
도 했다.

"마음과 행동이 곧은 사람들이 그들의 마음을 휘어잡으면, 그들은 조용히
서서, 그가 하는 말을 듣듯, 그런 일이 바다에서 일어났다"는 등의 표현법이
압권이다.

그래서 "호머가 중세를 지배했다면 아이네이드는 르네상스를 지배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더욱이 이 작품은 서양문학에서 객관성의 묘사로부터 주관성의 묘사로
이행되는 "문체 변화"의 시금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버질의 특징은 주인공 아이네아스의 행동에서 보듯이 운명에 끌려다니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톡특하게 묘사한 점에서도 차별화된다.

라틴계 고전문학을 접하기 어려웠던 독자들에게 더없이 반가운 텍스트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