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가 출범하면서 각국간 상품가격 차이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유로화가 아직 실생활에서 지불수단으로 쓰이진 않지만 생필품 등 여러
제품 가격이 유로화로 표시되면서 각국별로 가격차가 노출된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물가가 높은 북유럽의 물가가 내려가는 방향으로 유로랜드
의 물가평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를 들어 우유 1리터에 벨기에에서는 0.62유로를 받는다.

그러나 포르투갈에서는 이보다 6배 이상인 3.89유로를 내야 한다.

영화관 입장료는 파리에선 7.47유로이지만 포르투갈에서는 절반 가격이면
족하다.

결국 유로화 등장으로 소비자들은 국경을 넘기만하면 보다 싼 가격에
제품을 살수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느끼게 됐다.

그렇다고 당장 일반 소비자들이 하찮은 물건을 사기 위해 기름과 시간을
들이면서 국경을 넘나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도매업자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여행객들은 경우가 다르다.

일반 소비자들도 냉장고나 텔레비전, 스테레오, 승용차 등 고가품을 사야할
경우엔 국경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따라 자동차등 일부 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체들은 4일부터 자국 화폐와 유로화 두가지로 가격을 표시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똑같은 제품에 대해 수출용보다 내수용을 더 비싸게
팔아온 자동차 메이커들이 가격을 조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결국 자동차 업계는 대대적인 가격조정 압력과 경쟁심화라는 상황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로가입국중 자동차 값이 가장 싼 곳은 네덜란드이며 유로화 통용권
의 핵심인 벨기에와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및 룩셈부르크에서도 가격이
20%이상 차이가 난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