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완결, 이사회 강화, 그룹 분할 가속화..."

지난해 연말 대기업 인사는 올해 재계가 겪어야할 대변혁의 예고편이었다.

전문경영인들은 과거 오너만이 갖던 막강한 권한을 넘겨받기 시작했다.

구조조정본부 핵심임원들은 빠짐없이 승진했고 각 계열사의 재무.기획통
임원들도 함께 급부상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책임경영체제의 완성이라는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올해 반드시 구조조정을 완결해야 한다는 재계의 희망이
그대로 반영됐다.

가장 큰 변화는 전문경영인 회장 체제 구축.

우선 현대는 박세용 현대종합상사 및 현대상선 사장과 이익치 현대증권
사장, 김형벽 현대중공업 사장을 각각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LG도 변규칠 텔레콤 대표이사 회장에게 회사의 경영을 완전히 맡겼다.

전문경영인의 회장 승진은 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전문경영인 회장 체제는 예우차원에 그쳤던 과거와는 크게
다르다.

현대는 "전문경영인 대표이사 회장들은 주주들로부터 경영의 전권을 완전히
위임받은 것이며 주주들은 이사회를 통해 전문경영인의 경영을 감독할 뿐"
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상선의 경영은 박세용 회장이 책임지고 대주주
이자 이사회 의장인 정몽헌 회장과 주주들은 이사회에서 박 회장 등 전문
경영인들의 경영실적을 평가하는 일만 하게 된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문경영인 회장의 등장과 맞물려 이사회의 권한은 더욱 막강해지게 됐다.

완전한 서구식 이사회 중심의 경영 구조에 더욱 가까이 접근해 가는 과정
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이뤄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이사회 멤버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소액주주들을 대변하게될 사외이사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오너 중심의
독단적인 경영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

이같은 변화는 선택과 집중의 경영과도 직결된다.

핵심역량이 아닌 부분은 잘라내야 한다.

궁극적으로 그룹의 분할도 이뤄지게 된다.

기업들은 "구조조정의 완결"을 올해 최대 경영목표로 잡고 구조조정본부장들
을 일제히 승진시켰다.

LG의 강유식 구조조정본부 부사장이 사장으로, SK 구조조정본부장인 유승렬
전무가 부사장으로 올라간게 대표적인 사례다.

박세용 현대 구조조정본부장겸 종합상사사장의 회장승진과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이 자리를 굳건히 지킨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있다.

주요기업의 임원인사를 분석해 볼 때 재계는 올해 지난해 못지 않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98년 연말인사 결과에 나타난 99년 경영 트렌드 ]

<> 연말인사 결과

- 전문경영인 급부상
- 구조조정담당임원 약진
- 재무/기획통 중용

<> 99년 경영 트렌드

- 책임경영체제
- 이사회중심 경영
- 구조조정 완결
- 재무구조 건실화

<>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

- 소유/경영 분리
- 투명경영
- 선택과 집중의 경영
- 견제와 균형
- 그룹분할 가속화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