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영이론의 창시자이자 노 미래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99년을 새로운
"센추리(1백년)"가 아니라 "밀레니엄(1천년)"의 출발점으로 맞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 사회 문화 정치등 전반에 밀어닥치고 있는 대전환의 물결을 타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산업은 전통산업이 쇄퇴하고 정보집약적인 미래산업이 주도하고
사회는 전자공동체(electronics community)로 개념 자체가 바뀔 것이라는게
그의 예언이다.

금융거래와 투자패턴, 근로형태에서부터 국제정치 질서까지 구조적 전환기
를 맞는다고 주장한다.

성공적이라고 믿었던 지난 수십년간의 인식을 "철저하게" 부정해야 새
밀레니엄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게 그의 충고다.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미래의 결단" "미래의 조직" 등 피터 드러커의
저서를 번역한 이재규 대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에 있는 드러커의 자택을 찾아 미래에 닥칠 변화와 대응자세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

<> 이재규 교수 =99년은 20세기를 마감하고 21세기를 준비해야 하는
해입니다.

역사의 대전환기라고 할까요.

21세기의 사회모습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 피터 드러커 =19세기는 석유 철도 산업 등의 산업분야에서 대기업이
힘을 발휘하던 "기업의 시대"였습니다.

20세기는 정부가 사회를 이끌어가는 "정부의 시대"였지요.

21세기는 "공동체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여기에는 "전자공동체(electronics community)"라는 개념이 포함됩니다.

공동체의 시대에는 경제성장 요인이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노동 자본 등 전통적 생산요소의 투입으로는 산출을 증가시키지 못합니다.

수요의 증가도 경제성장에 한계가 있을 겁니다.

경제성장은 정보지식산업의 생산성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 이 교수 =한국에서도 정보지식에 대해 관심이 높습니다.

그러나 정보지식의 속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부분적인 단면을 이해하는
정도입니다.

<> 드러커 =정보지식은 토지 자본 노동 등 전통적 생산요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첫째 끊임없이 진부화된다는 속성이지요.

비록 오늘 첨단지식이라고 해도 내일이면 구식이 되고 맙니다.

정보지식은 변화가 빠르고 중심의 이동이 급작스럽게 이뤄집니다.

둘째 정보지식은 자원을 쉽게 이동시킵니다.

정보지식 근로자는 제조업의 육체 노동자와는 달리 생산수단을 스스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와함께 조직이 필요로하는 정보지식의 내용 역시 끊임없이 변할 것입니다.

<> 이 교수 =결국 조직의 형태가 크게 바뀐다는 것을 의미하는 군요.

경영자들은 정보지식 시대에 어울리는 조직을 창출해야 하겠습니다.

최근 드러커 재단에서 펴낸 "미래의 조직"이 이를 설명해 주는 것 아닙니까.

<> 드러커 =그렇습니다.

정보사회의 조직은 "관리될수 없는" 사람들로 구성될 것입니다.

많은 경우 지식근로자들은 몸담고 있는 조직의 종업원이 아닙니다.

하청계약자 전문가 경영컨설턴트 임시직 등으로 조직에 잠시 머무는 존재들
이지요.

이들은 "종업원"이 아닌 "파트너"로 인식돼야 합니다.

그동안 경영자들은 "단 하나의 적합한 조직"을 찾으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최선의 조직은 없습니다.

모든 경영자들은 프로젝트 문화 등에 적합한 조직을 스스로 구성해야 할
겁니다.

"파트너"들이 조직 구성의 핵심입니다.

<> 이 교수 =정보의 내용도 바뀌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정보는 거의 조직 내부에서 발생했지요.

그러나 앞으로는 경영에 필요한 정보를 외부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회사와 거래가 없는 비고객, 다른 산업의 시장 등에서 정보를 얻어야 시장
확대가 가능할 것입니다.

조직의 성장여부는 널려 있는 정보를 취득, 이를 성장의 기회로 잡을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 드러커 =내부에서 산출된 정보로는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수
없다는 얘기지요.

기업이 외부에서 정보를 얻어 이를 내부자원으로 활용한다면 사내의 각종
지식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수 있게 됩니다.

이런 외부정보가 많아야 기업이 경영환경 변화와 지식 그 자체의 변화에
따른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수 있게 됩니다.

외부정보의 획득과 분석을 위한 적절한 방법을 개발하는 것은 앞으로
정보전문가에게 맡겨진 숙제입니다.

<> 이 교수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지 1년이
지났습니다.

각 기업들은 전례없은 구조조정기를 맞이하고 있지요.

기업 경영자의 수난이라고 할만 합니다.

<> 드러커 =구조조정은 한국 기업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세계 대부분의 기업들이 엄청난 전환기를 맞아 비슷한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이 지구상의 모든 선두 기업들은 대부분 혼란의 시대에 출발했습니다.

혼란의 시대가 제공하는 기회를 활용함으로써 성공을 맛보았지요.

지금부터 10년 또는 15년 뒤 대부분의 산업에서 새로운 승자(winners)를
보게 될 겁니다.

지금의 전환기가 주는 기회를 잘 활용한 기업들이지요.

그들 가운데 많은 기업들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뚜렷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40여년간 성공적이었던 전략을 철저하게 부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전략이라고 해서 전략 그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것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 이 교수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전환기를 맞아 많은 문제로 시달리고
있습니다.

전환기에서 겪어야 하는 고통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는 새로운 기회를 찾는 과정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단기적.순환적 조정기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전환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 파도는 곧 유럽과 미국, 그리고 한국으로 밀려들고 있지요.

금융분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건실하게 여겨졌던 은행이 파산하는가 하면 금융거래 행태 역시 몰라보게
변하고 있습니다.

<> 드러커 =상업은행(commercial bank)과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은
19세기에 발명된 제도나 기관 가운데 가장 성공한 기관중 하나입니다.

철도나 증기선과 같은 새로운 수송수단을 제외하면 아마도 최고의 기술적
진보라고 할수 있지요.

그러나 앞으로 10년후 지금과 같은 자금거래 행태가 지속될 것이라고는
속단할 수 없습니다.

지금 골목마다 자리잡고 있는 은행 지점들이 10년후에도 여전히 필요할까요.

그 많은 지점들을 보유할 능력을 가진 은행이 과연 존재할수 있을까요.

나는 부정적이라고 봅니다.

상업은행이 지금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임금의 관리자들을
채용해야 합니다.

비용이 많이 들지요.

기업들은 은행에 현금을 맡기지 않습니다.

은행시스템이외의 새로운 금융제도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투자은행들 역시 위기 관리에 허점을 보이면서 퇴락하고 있습니다.

지난 95년 영국의 베어링 브러더스가 외환투기로 파산한게 이를 말해
줍니다.

<> 이 교수 =금융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은행 만이 살아남을 수
있겠지요.

최근들어 금융산업에 일고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전자미디어, 즉 인터넷의
등장이라고 봅니다.

인터넷은 은행에 가지 않고도 거래를 성사시켜 주니까요.

인터넷이 결국 앞으로 10년 또는 15년안에 상업은행의 지점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는데 동의합니다.

그렇다고 금융산업의 중요성을 과소 평가할수는 없겠지요.

<> 드러커 =금융산업이 오늘날 가장 뛰어난 성장산업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성장하는 금융기관은 은행이 아니라 투자상품을 판매하는 비은행
금융기관입니다.

이들은 이자를 물리지도 않으면서 수수료만 받습니다.

모건스탠리, 골드먼삭스, 살로먼브러더스 등 대규모 투자은행들 역시 장기
대출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그대신 대부분의 수익은 자산계정의 운영으로, 다시 말하면 투자 수익으로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 이 교수 =일본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결국 대출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 금융기관의 위기는 그들이 지난 80년대의 거품시기에 막무가내식으로
대출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합리적인 채무자, 즉 "신용도"를 찾지 못했다고 봅니다.

<> 드러커 =15년전 미국의 저축대부은행(Savings & Loan Banks)들이 참담한
위기를 맞이해야 했던 것과 똑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겠지요.

<> 이 교수 =이같은 변화는 금융업계 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제조업 유통서비스 업등에서도 모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아닙니까.

<> 드러커 =미래의 첨단산업이라고 불리우는 정보산업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는 조짐마저 일고 있습니다.

정보산업은 인구증가율이나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빨리 성장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가전제품 제약 석유산업 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40여년간 대부분
성장 산업이었습니다.

이런 전통적 산업은 인구증가율이나 경제성장률보다 빨리 성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전통산업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 이 교수 =최근 세계 산업계에 나타나고 있는 전환기적 증세중의 하나가
대규모 합병입니다.

20세기초 스탠더드오일이 해체될 때 "금세기에 대규모 합병이 이어질 것"
이라고 말한 존 록펠러의 예측이 정확했다고나 할까요.

합병바람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세계 산업계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입니다.

<> 드러커 =지금 합병붐이 일고 있는 산업은 지난 40여년동안 호황을
구가했던 분야입니다.

그러나 이들 산업의 경제적 위상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익을 증가시키는 길은 경쟁 업체를 산업에서 몰아내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합병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런 식의 합병은 당연히 강점을 창조할 수 없습니다.

비록 합병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보기
까지는 대부분 수년의 세월이 흘러야 할 것입니다.

<> 이 교수 =대규모 합병 붐은 결국 전통산업의 파워가 약화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군요.

그렇다고 세계 경제력이 무한정 쇠퇴하고 있다고만 말할수는 없지 않을
까요.

어딘가 돌파구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드러커 =세계가 경제적 쇠퇴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지요.

새로운 성장산업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서비스의 내용 자체가 새롭기도 하지만 과거와는 매우 다른
금융서비스 산업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금융기관들은 모든 선진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장기적으로 성장하고 번성하게 될 것입니다.

이외에도 건강산업 교육산업 첨단기술산업 등이 향후 세계경제를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언제 구체화 될지는 모르지만 전자유통산업도 주의 깊에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 이 교수 =경제분야의 패러다임 변화는 21세기 국제 질서를 바꾸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 드러커 =국제정치 차원에서 보면 세가지 경향이 두드러질 것입니다.

첫째 정보기술이 급변하고 국제 자금이동 속도가 빨라지면서 글로벌화가
촉진될 것입니다.

둘째 유러랜드의 출범, 북미의 단합, 이에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연합의식이
강화돼 지역주의가 다시 기승을 부릴 것입니다.

글로벌화와 지역주의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지요.

세째 문화 언어 종교 등을 중심으로 뭉치는 민족주의가 부각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99년은 "센추리(1백년)"의 시작이라기 보다는 "밀레니엄
(1천년)"의 출발이라고 봐야 겠습니다.

이같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 그것이 바로 99년을 맞이하는
세계인들에게 부여된 사명입니다.

< 정리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