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달러.엔.유로 3개 통화간의 경쟁이 본격화
됐다.

4일 시드니 도쿄 등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첫 선을 보인 유로는 출발부터
강세였다.

달러독주 체제를 견제할 새로운 기축통화로써의 위상을 확연하게 보여
주었다.

유로의 성공적 데뷔는 국제통화질서의 변화를 의미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지구촌의 경제를 좌지우지해온 달러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1면 머릿기사 제목에서 "달러 독주시대는 끝났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엔화는 이날 첫 거래에서 유로에는 약세를, 달러에는 강세를 보여 전체적
으로 체면을 지켰다.

하지만 역시 "제3의 통화"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엔화국제화를 추진하지 못하면 2위 통화의 자리는 내놓을 수
밖에 없다는게 일본 당국자들의 자평이다.

유로가 새로운 중심통화로 부상한다는 것은 사실상의 단일경제권인 유로랜드
의 부상을 예고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현재 연간 2천억달러의 무역적자에 1조달러의 외채를 지고 있다.

일본의 상황은 위기직전이다.

금융시스템이 극도로 불안한데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제구조는 약해질대로 약해져 있다.

반면 유럽은 작년에 1천2백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

여기에다 1조5천억달러의 해외채권을 갖고 있다.

경제 펀더멘탈(기초여건) 자체가 튼튼하다.

일본을 제치고 유로랜드가 세계경제의 강자로 부상하리라는 점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자금보관처로써의 유럽의 매력은 "금고"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유로권으로 자금이 몰릴게 확실하다.

새로운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질서의 탄생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앞으로 한동안 유로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라 인터내셔널의 연구팀장인 브로닌 커티스는 "많은 기업들이 99년
1월을 기다려 왔다"며 "유로화표시 채권 발행이 봇물터지듯 늘어나면서
유로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커티스 팀장은 이에따라 유로가 앞으로 1~2개월안에 유로당 1.2달러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리바 인터내셔널의 통화분석가인 닉 파슨스도 채권시장에서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중 상당액을 유로로 전환할
것이라며 강세를 예상했다.

그는 올해 중반쯤 유로가 1.24달러이상, 1백53엔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역시 유로가치가 향후 18개월내 10%이상 상승할
것이라며 유로의 기축통화 가능성을 높게 봤다.

모건스탠리 딘위터는 오는 2010년께는 유로가 달러를 추월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덧붙였다.

물론 유로의 성공까지는 과제가 많다.

통화정책과 경제주도권을 둘러싼 유로가입국간의 분열과 마찰이 순항에
걸림돌이 될수 있다.

유로랜드 국가들의 경제상황이 제각각이어서 ECB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심한 경우 도중분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환율체계, 거래경험 부족, 새 통화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등도 유로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쾌조의 스타트는 이미 절반의 성공을 확인해 주고도 남는다는게
국제금융가의 이구동성이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