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월급을 두배로 올리고 사장이 탈 차도 한 대 고급으로 장만하라.
그리고 운전기사는 반드시 둬라"

한 젊은 사장이 돈을 꾸면서 돈을 빌려준 업체로부터 받은 신신당부다.

계약서에 밝히지는 않았지만 두 회사 사장끼리 다짐한 것이니 이면계약이라
할 수 있다.

당부의 내용은 한마디로 사장 몸조심하라는 얘기다.

돈을 꿔줄 때는 보통 "허리띠를 얼마만큼 졸라맬지"를 따지는데 놀랄만한
일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사이버 커뮤니티(cyber community) 업체인 골드뱅크(대표
김진호)와 김춘호 변호사다.

김진호(31) 사장이 경영하는 골드뱅크가 돈을 빌린 쪽이다.

이 계약은 최근 골드뱅크의 전환사채 20억원어치를 미래와사람이 사들이면서
이뤄졌다.

전환사채는 돈을 빌릴 때 쓰는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는 투자다.

그렇다면 김 변호사가 골드뱅크에서 김 사장이 차지하는 비중을 그만큼
높게 쳤다는 얘기가 된다.

행여 김 사장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투자도 실패할 가능성이 있으니 몸조심
하라는 다짐을 받은 것이다.

골드뱅크도 자사의 발전 가능성을 믿어준 김 변호사에 보답을 했다.

전환사채의 주식전환가격을 주당 6천5백원으로 선뜻 정한 것이다.

전환사채 12억원어치를 이 가격에 모두 주식으로 바꾸면 19만여주에 달한다.

골드뱅크 주식 가격은 장외시장에서 1만2천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미래와사람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꾸면 두배의 이익이 나는 셈이다.

김진호 사장은 "회사의 자금사정을 원활하게 만드는 것이 기본 목적이었기
때문에 주식전환가격은 중요치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그동안 자가용을 타지 않았다.

골드뱅크(www.goldbank.co.kr)는 국내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사이버 커뮤니티
업체다.

"광고를 보면 돈을 준다"는 아이디어로 급성장해 현재 회원만 30만명 가량을
확보하고 있다.

< 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