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복제가 질병으로 망가진 인체의 장기를 되찾게 해줄 것인가, 아니면
인류멸망의 대재앙을 몰고올 "바벨탑"이 될 것인가.

최근 경희대 의대 이보연교수팀이 인간의 난자를 이용해 4세포기의 배아단계
까지 인간 체세포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유전적으로 동일한 또다른 나"를 만드는 인간복제도 이제 마음만 먹으면
1~2년내에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나타내 보인 것이다.

이미 지구의 어느 한쪽에서 복제실험이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암수가 구분되고 유성생식을 하는 포유동물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해
수정란이 분열을 거쳐 각 기관으로 분화함으로써 성체가 된다.

예전에는 수정란만이 분화능력을 갖고 있으며 다 자란 체세포는 분화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지난 97년 2월 영국 로슬린연구소 이언 윌머트가 복제한 양 "돌리"의
출현은 이같은 기존 인식을 뒤집었다.

개체복제는 수정란 수준과 성체 수준의 복제로 나뉜다.

수정란 수준에서는 하나의 수정란을 2,4,8세포기로 배양한후 8세포기의
세포를 둘로 나눠 난모세포에 이식하면 2개의 동일한 유전형질을 갖는 개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넷으로 나눠 이식하면 4개의 동일개체가 생긴다.

이보다 어려운 게 다큰 성체의 체세포를 이용해 개체를 복제해내는 방법
이다.

이 방법은 세포융합과 핵치환 2가지 기술로 나뉜다.

복제양 돌리는 세포융합 방식으로 태어났다.

B양의 난자를 난모세포단계까지 배양해 핵을 제거한 것(핵이 없는 생식세포)
과 특수배양한 A양의 유선세포(핵을 갖고 있는 체세포)를 냉동조작으로
세포융합시킨후 대리모인 C양의 자궁에 이식, 분만시켜 태어난게 돌리(A''양)
다.

핵치환은 난자세포의 핵(n)을 제거하고 체세포 핵(2n)을 미세조작기로
삽입시킨뒤 이를 일정기간 배양,자궁내에 이식 분만하는 방법이다.

이보연 교수가 실험한 방법.

두 방법 모두 가능한 것은 난자가 기본적인 분화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난자의 핵을 제거해도 체세포핵을 삽입하면 무성생식을 통해 체세포를
공급한 생물의 형질과 성을 따르는 후손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 피부 한조각으로 나와 닮은 개체를 얼마든지 생산해낼수 있다.

다만 체세포 종류에 따른 분화능력의 차이에 대한 연구가 축적돼있지 않고
아직 수컷의 체세포를 이용해 수컷을 복제해낸 전례가 없다는게 해결할
과제다.

인간복제는 시도만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단계에 와 있다.

지난 97년 3월 미국 비버톤 영장류연구센터는 인간과 생물학적으로 가장
가까운 원숭이를 돌리와 유사한 복제기법으로 복제시키는데 성공했다.

또 같은해 12월에는 스튜어트 뉴먼이라는 세포생물학자와 "엔트로피"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이 "사람과 다른 동물의 배세포를 융합하는 기술"을 개발,
미국 특허청에 제출했다.

쉽게 말해 반인반수의 "키메라"제조법이다.

98년 11월에는 반은 사람이고 반은 암소인 배 세포를 미국 생물공학회사인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인간복제는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의 문제에 부딪혀 있다.

쌍둥이 복제인간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유전적으로 같으면 동일한 인간인가, 유전형질이 같다해도 성장하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것인가, 장기이식을 위해 나와 같은 복제인간을 하나 더 만들어도
괜찮은 것인가, 우수한 인간만을 복제해 인류를 번영시킬 것인가 등등 짚고
넘어갈 문제는 첩첩산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영국 에든버러대 오스틴 스미스 박사팀이 인간 수정란을
복제해 개인 고유 유전자정보가 똑같은 쌍둥이 복제인간을 만들 계획이라고
발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쌍둥이 복제인간을 이용해 개인 장기이식용 등으로 쓰일 수 있다는 설명
이어서 "보조용 인간을 탄생시켜 인간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윤리적 비난을
샀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는 인간 개체를 복제해 필요한 장기를 떼낸 뒤 폐기처분
하는것이 아니라 복제된 배아가 분열해 장기가 결정되면 그 단계에서 필요한
것만 떼어내 인공배양하는 선택적 복제가 가능하다며 인체 복제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서울대 의대 서정선 교수는 황우석 교수와 함께 인간의 심장을 갖는 소나
돼지를 만드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처럼 유성생식으로 태어나는 아기들은 부모와 엄마의 유전자를 반반씩
받아 태어나는 새로운 인간이다.

이로써 인간의 다양성이 유지돼왔다.

그러나 무성생식으로 태어나는 복제인간은 체세포를 제공한 개체의 모든
것을 그대로 이어받은 판박이다.

진화와 창조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하는 갈림길에서 인류는 당황해하고 있다.

[ 수정란 분화 ]

대부분의 동물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해 배와 태아를 거쳐 성체가 된다.

수정란은 2->4->8->16...으로 난할을 하며 세포수를 늘린다.

이에 따라 세포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배아가 형성되고 더욱 분화되면서
복잡한 낭배를 이룬다.

낭배는 외배엽 내배엽 중배엽으로 나눠진다.

외배엽은 나중에 뇌 신경 피부 각질 깃털 등을 만든다.

중배엽은 근육 골격 순환기 배설기 생식기, 중배엽은 소화기관 등으로
분화된다.

이런 발생을 지배하는 것은 수정란의 핵에 담긴 DNA정보다.

이 DNA정보는 정자와 난자에서 반반씩 합쳐진 것이다.

수정란은 몇개로 갈라도 동일한 DNA정보를 담고 일정한 방향으로 분화되기
때문에 일란성 쌍둥이의 탄생이 가능하다.

수정란의 핵을 체세포의 핵으로 대치하면 복제가 가능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