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집애가 시집갈 생각이나 하지 공부는 무슨 공부야"

디자인 공부를 하겠다며 의사를 그만둔 딸 승미(성현아)에게 아버지(장용)가
책을 집어던지며 매몰차게 쏘아붙인다.

아내(박원숙)에게는 한술 더떠 "네가 밥 먹고 한게 뭐 있냐"며 무안을 준다.

시청률 50%를 오르내리며 7개월 가까이 주간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는
MBC 일일연속극 "보고 또 보고"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 왕국"이라는 MBC의 인기 드라마들이 요즘 심상치않다.

지나친 여성 비하, 줄거리 늘이기, 어지럽게 얽힌 애정 관계 등 비정상적인
이야기 전개가 도를 넘고 있다.

"보고.."는 최근 승미가 연적이었던 은주(김지수)의 남동생 명원(박용하)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으로 새로운 가지뻗기를 하고 있다.

승미의 동생인 영미(장유정)까지 명원에게 마음을 두고 있어 이번엔 자매간
다툼으로 싸움이 번졌다.

상식적으로 이해할수 없는 애정 관계다.

지난주 시청률 2위를 차지한 주말드라마 "사랑과 성공"도 무리한 상황
설정은 마찬가지다.

지난주에는 오대리와의 결혼이 성사 단계에 있던 길자(김지영)가 만취한
장수(이재룡)와 뜻하지 않게 하룻밤을 보내더니 갑자기 결혼하자고 요구해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길자의 오빠가 머뭇거리는 장수를 협박하는 장면도 드라마 전체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아 어색함을 더했다.

방영 직후 PC통신에는 "이야기가 너무 꼬이고 비현실적이어서 짜증이 난다"
는 등의 질책이 쏟아졌다.

아무리 드라마가 허구라고는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분명히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 시청자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MBC는 최근 공영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높은 시청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불건전한" 드라마를 계속 내보낸다면
공영성 강화를 향한 의지가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