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2백년전 어느날 세력을 한껏 키운 위만은 고조선의 준왕을 무찌르고
대동강변 기름진 땅을 굽어보는 왕검성을 차지했다.

위만의 한반도 진출은 곧 중국 한나라의 철기문명의 진출을 의미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고조선은 청동기를 주로 썼다.

청동기와 철기의 전쟁, 구소재와 신소재의 대결에서 구소재 청동기는
그렇게 역사의 뒷전으로 밀려났다.

기원전 198년의 일이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지금 한국의 신소재 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범국가적으로 추진해온 신소재 개발 프로젝트들이 결실을 맺기 직전이다.

국부의 중요한 항목인 신소재 연구로 새로운 세기를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박용기(48) 박사.

국내 고온초전도 기술을 선도하는 인물로 고온초전도 관련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지난 87년부터 12년째 이 분야에 혼을 쏟고 있다.

초전도체란 저항 없이 전기가 통하는 물질을 말한다.

절대온도 77도(썹씨 영하 1백96도) 이상에서 초전도현상이 일어나는
물질이 고온초전도체.

박 박사는 최근들어 이미 개발된 초전도체를 응용하는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그가 집중하고 있는 연구는 초전도양자간섭장치(SQUID)다.

SQUID는 인류가 지금까지 개발한 것 가운데 가장 감도가 높은 자기센서다.

이 장치로 뇌와 심장에서 나오는 아주 미세한 자기신호(심자도와
뇌자도)까지 감지할 수 있다.

뇌와 심장등 인체의 가장 복잡한 부분에 대한 연구에 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는 장치다.

저온초전도를 이용한 SQUID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와 있다.

고온초전도로는 심자도는 측정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뇌자도는 측정이
불가능하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는 것이 그의 SQUID 연구의 지향점이다.

고온초전도를 이용하면 장비의 덩치가 엄청나게 작아질뿐 아니라
절연문제등이 해결돼 경제성이 5천 배 이상 높아진다고 그는 설명한다.

이미 7채널짜리에 성공한 고온초전도 SQUID를 16채널(센서 16개가 함께
작동하는 장치)로 늘리는 것이 올해 그의 목표다.

저온초전도 SQUID도 40채널짜리를 만들어 낼 계획이다.

통신장비를 포함해 전기전자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 폭넓게 활용되는
초전도체는 지난 95년 세계시장 규모가 17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2010년이면 5백억~7백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탄소재료연구팀의 박양덕(48) 박사는 청춘을
탄소재료 연구에 바쳤다.

탄소재료 연구를 시작한지 20년째다.

탄소는 수소 산소 질소와 함께 유기물을 이루는 원소다.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유기물을 가열하면 다른 원소는 다 빠져 나가고
탄소만 덩어리로 남는다.

이 덩어리는 어떤 결정을 갖느냐에 따라 성질이 달라진다.

흑연이 되는가 하면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탄소는 연필심에서부터 전기로의 전극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
쓰인다.

탄소섬유는 꽤 오래전부터 우주항공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로킷의 노즐은 물론 항공기 몸체에도 들어간다.

최근에는 반도체에 응용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그가 하는 연구는 크게 둘로 나뉜다.

탄소 원소의 결정구조를 제어하는 것과 탄소 집합체의 형태를 제어하는
방법에 관한 연구다.

요새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프로젝트도 두개다.

하나는 2차 전지와 관련이 있다.

리튬 전지의 전극재료가 바로 탄소다.

리튬전지는 국내에서 한 해 수 백만개씩 생산된다.

하지만 전극재료는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전극재료를 국산화하는 것이 그의 팀이 맡은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완료단계에 와 있다.

연내에 국산화가 이뤄져 2000년에는 2백억원 이상의 수입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그는 기대하고 있다.

국내 탄소소재 전체 시장규모는 연간 3천억원정도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차세데 반도체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탄소나노튜브다.

탄소나노튜브가 개발되면 이론적으로 집적도가 지금보다 수 만 배 높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앞으로 10년안에 실용화될 것으로 그는 내다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IST) 재료화학연구센터의 김창홍 박사는 발광소재 분야의
선두주자다.

그는 요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용 발광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존 모니터는 음극선관형(CRT)으로 50인치 이상은 어렵다.

더 커지려면 두꺼워질뿐 아니라 설계도 어려워 실용성이 떨어진다.

CRT 모니터와 액정표시장치(LCD)의 한계를 극복할 기술이 바로 PDP다.

PDP로는 1백인치이상짜리 모니터도 가능하다.

PDP 기술은 이미 실용화 초기 단계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존 램프용 발광체를 쓰고 있어 화질에 한계가 있다.

새로운 발광체를 개발하는 것이 김 박사의 연구목표다.

그는 플라즈마를 이용해 진공상태에서 빛을 측정하는 형광측정장치의
제작을 끝냈다.

올해부터는 이 장치로 여러 소재를 실험할 계획이다.

PDP용 발광체는 아직 선진국에서도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연구는 G7과제(과제명 55인치 PDP 개발)에도 포함돼 있다.

< 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