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는 원화값을 잡아라"

경제부처에 환율 비상이 걸렸다.

원화값이 치솟아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외자유치가 어려워지는 등 경제
운용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원화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책마련에 나섰으나 외환시장이 완전
개방된 상황에서 이렇다할 묘책이 없어 고민중이다.

다만 달러의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외환수급조절에 전력투구할 뿐이다.

이를 위해 한국전력 가스공사 등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에 신규 외화
차입을 최대한 억제토록 했다.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는 조기에 상환하도록 적극 독려하고 있다.

또 시중 금리를 더 내려 기업들이 가능한 한 해외보다는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토록 할 방침이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전날 종가
(1천1백86원)보다 크게 높은 1천1백67원을 기록했다.

이는 97년12월 이후 최고치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최근의 원화값 상승세는 달러수요는
턱없이 모자라는데 공급은 많기 때문"이라며 "달러수급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외환수급 조절 대책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이를 위해 7일 서울 부산 대구 등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을 불러
금년중 예정된 해외차입을 보류하고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는 국내에서
달러를 사서 서둘러 갚도록 요청키로 했다.

재경부는 지난해 8월 원화가치가 크게 오를 때도 도로공사(10억달러)
토지공사(5억달러) 주택공사(3억달러)와 산업은행 한전 가스공사 등이 추진
하던 외화차입을 보류토록 했었다.

재경부는 공기업들에 대한 해외차입 억제 방침을 당분간 더 유지할 예정
이다.

재경부는 또 국내 시중금리도 더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8% 안팎에서 움직이는 회사채금리 등을 더욱 끌어 내려 기업들이
가능하면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또 금리 차익 등을 노린 외국자금의 국내 유입을 최대한 막기 위한 포석
이기도 하다.

재경부 관계자는 "금리를 내리면 원화가 많이 풀려 통화관리에 부담이
되지만 현재는 인플레 압력이 크지 않아 그나마 정책 운용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이와함께 올해 갚아야 하는 IMF(국제통화기금) 차입금 97억달러의
경우 가용 외환보유액을 건드리지 않고 시장에서 달러를 전액 매입해 상환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그만큼 시중의 달러를 빨아들이겠다는 얘기다.

재경부는 또 오는 20일 방한하는 IMF 대표단에 외화수급조절 등 환율대책에
대한 양해를 구할 방침이다.

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국제경제팀장은 "최근의 외환시장은 수급균형이
완전히 깨진 상황"이라며 "정부가 최소한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단기성 자본
만큼은 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해 가용 외환보유액으로 쌓아 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 팀장은 "그래야 나중에 단기자본이 급격히 빠져 나가더라도 원화가치를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