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메가트렌드] (대담) '(4) 한국경제개혁 성과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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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잇따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경기도 조금씩 깨어나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심한 고통이 뒤따랐던 지난해의 경제개혁이 가져다준 선물일수 있다.
그러나 자칫 안일한 만족에 빠져 개혁과 구조조정의 고삐가 느슨해질 경우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외국인들은 경고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새해 첫 기획대담 프로그램으로 주한 미국, 독일, 영국
상공회의소 관계자들을 초청, "지난 1년간의 한국경제개혁 성과와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외국인들의 한국투자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는 이들은 올해에도
중단없이 개혁을 가속화하는 것만이 한국경제의 빠른 회생을 약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 참석자 : 제프리 존스 <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
존 아일런드 < 주한영국상공회의소 부회장 >
팀 필리피 < 주한독일상공회의소 이사 > ]
<>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최근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
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으로 조만간 상향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단 한국정부의 개혁의지와 정책이 신뢰를 얻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할수
있다.
무디스의 한국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실현되면 이들의 한국투자가 늘어나
한국정부나 기업 금융기관의 해외차입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 존 아일런드 주한영국상공회의소 부회장 =한국의 국가신용평가등급이
올라가면 외국인들의 투자를 촉진할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주식 채권 원화 등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매우 커질
것이다.
그러나 한꺼번에 대거 투자에 나서지는 않으리라 본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간다는 것은 다만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신뢰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 팀 필리피 주한독일상공회의소 이사 =독일 기업들은 한국정부가 경제
개혁 드라이브를 건 초기 단계부터 다시 투자하기 시작했다.
새정부 출범이후 지난 연말까지 직간접적으로 18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어느때보다 한국에 대한 투자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정부가 기울인 경제개혁의 의지와 실천강도를 믿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외국인에게 매력적인 투자지역으로 꼽히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 아일런드 부회장 =한국정부는 그동안 과잉 및 중복투자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을 대거 퇴출시키는 등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펼쳐 왔다.
이런 일련의 노력덕분에 독일이나 영국 등 유럽기업들이 한국을 다시 보게
됐다.
영국의 브리티시 텔레콤도 지난해말 수백만달러를 직접 투자했다.
다른 국제신용평가기관도 최근의 상황을 감안,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개혁정책이 외국인투자자들을 1백% 만족시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 한국의 경제개혁은 완전히 마무리된게 아니다.
성공적인 첫걸음에 지나지 않는다.
안일한 만족은 금물이다.
<> 존스 회장 =외국기업들은 무엇보다 한국정부의 개혁정책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실행될지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만족감에 빠져 자칫 개혁의지가 희석되고 실천이 지체되지 않는가
지켜 보고 있다.
그럴 경우 한국경제는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당시로 되돌아가고 말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감시자로서 항상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혁정책이 후퇴하는 등 불만족스러울 때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언제든지
한국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개혁실행속도는 적절했으며 만족스럽다고 평가하고 싶다.
갑작스런 개혁은 경제주체들과 사회에 불안감과 혼란감을 야기할 수 있다.
노동개혁부문이 부진하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지만 경제위기에 처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는 만족스럽다.
<> 필리피 이사 =문제는 앞으로도 정부의 개혁마인드가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 아일런드 부회장 =일본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일본의 주가흐름이 일본의 경제개혁 성적표다.
10년전 최고 3만2천엔까지 치솟았던 일본의 주가는 최근 1만3천엔대로
주저앉았다.
일본정부는 금융이나 기업부문 등에 대한 개혁을 수없이 부르짖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대로 반영한다.
한국정부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교훈이다.
한국의 금융시스템과 기업지배구조 및 경영방식등은 여전히 성숙되지 않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계속 개혁의 고삐를 당겨야 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유럽통화통합 등 거센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기업이건 정부건 개혁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혁과 변화의 필요성을 알고 강력하게 추진해 가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강력한 리더십은 개혁의 핵심요소다.
<> 필리피 이사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빅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정부가 빅딜에 나서라고 강제적으로 요구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기업들간의 문제다.
굳이 빅딜이 아니더라도 한국기업들은 경쟁력있는 핵심사업부문에 주력해야
하는 환경에 처해 있다.
<> 아일런드 부회장 =비록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더라도 한국의 대기업들이
빅딜로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면 긍정적이라고 볼수 있다.
한국은 OECD와 WTO에 가입한 개방경제체제다.
개방경제체제에서는 경쟁력이 최고의 무기다.
삼성그룹이 자동차사업부문을 포기하고 대우그룹이 전자부문을 넘겨주면
한국소비자들의 선택폭이 좁아진다.
그러나 그 공백을 외국기업들이 채워줄수 있어 소비자들의 선택여지는
다시 커진다.
중요한 문제는 외국기업들이 더 좋은 품질과 서비스의 경쟁력으로 한국시장
을 공략할 때 경쟁력이 뒤쳐지는 한국기업들은 자연히 도태되고 만다는
것이다.
한국시장내에서 외국기업들에 뒤지면 세계시장에서도 패할수 밖에 없다.
빅딜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라고 본다.
<> 존스 회장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세계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
유수 기업들이 국경을 넘어 합병 등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의 다임러 벤츠와 미국의 크라이슬러 자동차의 합병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거대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국의 대기업들이 빅딜로
업종을 전문화하고 핵심사업을 강화한다는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다만 시장의 힘에 의한 한국재벌들 스스로의 행동이 아니라 정부의
밀어붙이기식이어서 부작용이 우려된다.
아직 한국재벌들의 의식이 완전히 깨어나지 못했다는 얘기일수도 있다.
<> 아일런드 부회장 =그동안 수많은 한국기업들과 직접 접촉해본 결과
무엇보다 경영자들의 의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변화의 물결이 밀려왔을 때는 과감히 그 물결을 타고 넘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한국의 기업인들은 변화를 적극 수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저항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있는 것같다.
변화는 곧 생존이며 비전이다.
변화를 앞서 받아들이고 실행하는 것만이 대내외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 필리피 이사 =한국 기업인들의 경우 경쟁과 변화는 좋은 것이라고 보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외국기업들이 한국에 투자를 늘리는 것을 새로운 고용창출의 기회로 여기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런 인식이 확산되도록 하는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다.
<> 아일런드 회장 =기업들의 의식을 개선시킬수 있는 세가지가 있다.
주주들의 힘, 소비자의 힘, 경영자의 의지가 그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주주들의 힘이다.
1주의 주식을 가진 주주라도 경영진의 의식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주총개최요구나 이사회소집요구 등으로 투명경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주주들의 힘이 길러져야 한다.
한국정부는 이와 관련한 일부 제도를 개선한 것으로 안다.
<> 존스 회장 =경영진의 해고문화가 성숙되지 못한 점도 지적하고 싶다.
특히 한국기업의 소유자나 경영자들은 자신의 경영실패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는 사례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유명한 미국 GE사의 잭 웰치회장이 경영혁신으로 회사를 거듭나게 했지만
그가 영원한 회장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이익과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주주들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주주들의 힘이 약하고 경영자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는 탓에
의식이 개선되지 못했다.
이제 한국의 주주들도 자신들의 힘을 인식하고 스스로 깨어나야 한다.
<> 필리피 이사 =철저한 성과에 따른 연봉제 도입도 책임경영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동시에 한국의 기업문화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존스 회장 =한국의 외환위기는 일단 끝났다고 본다.
그러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다시 찾아올수도 있다.
외환위기를 불러온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 확실하게 도려내지 않을 때이다.
그렇더라도 원화환율이 하향안정되고 있고 외환보유고도 늘어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IMF 관리체제를 완전히 벗어나려면 4~5년은 더 노력해야 할 것으로 전망
된다.
<> 아일런드 부회장 =경기도 분명 바닥에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올해부터 한국이 본격적인 경기회복기에 들어설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IMF관리체제의 졸업시기나 경기회복시기가 아니다.
지속적인 개혁과 변화의 추구다.
영국도 지난 70년대에 IMF시대를 경험했지만 아직까지 당시의 변화와
개혁의지를 늦추지 않고 있다.
<> 필리피 박사 =올해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외환위기이전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려면 몇년이 걸릴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다시 1만달러 수준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5~7년이 더
소요될 것이다.
<> 아일런드 부회장 =IMF시대를 졸업한다 해도 경제성장률이 한창 잘 나갈
때 수준인 7~8%에 이를 것이라는 환상에서 일찌감치 벗어나야 할 것이다.
2~3%의 경제성장률만 달성해도 만족스런 수준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 존스 회장 =그러나 의기소침할 이유는 없다.
지난 1년간 고통속에서 추진해온 변화와 개혁노력에 대해 한국정부나 기업
국민들은 자긍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자긍심을 바탕으로 올해에도 꾸준한 변화와 개혁이 이뤄지도록 노력
해야 할 것이다.
< 정리= 조정애 기자 jcho@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6일자 ).
있다.
국내 경기도 조금씩 깨어나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심한 고통이 뒤따랐던 지난해의 경제개혁이 가져다준 선물일수 있다.
그러나 자칫 안일한 만족에 빠져 개혁과 구조조정의 고삐가 느슨해질 경우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외국인들은 경고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새해 첫 기획대담 프로그램으로 주한 미국, 독일, 영국
상공회의소 관계자들을 초청, "지난 1년간의 한국경제개혁 성과와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외국인들의 한국투자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는 이들은 올해에도
중단없이 개혁을 가속화하는 것만이 한국경제의 빠른 회생을 약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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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제프리 존스 <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
존 아일런드 < 주한영국상공회의소 부회장 >
팀 필리피 < 주한독일상공회의소 이사 > ]
<>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최근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
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으로 조만간 상향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단 한국정부의 개혁의지와 정책이 신뢰를 얻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할수
있다.
무디스의 한국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실현되면 이들의 한국투자가 늘어나
한국정부나 기업 금융기관의 해외차입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 존 아일런드 주한영국상공회의소 부회장 =한국의 국가신용평가등급이
올라가면 외국인들의 투자를 촉진할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주식 채권 원화 등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매우 커질
것이다.
그러나 한꺼번에 대거 투자에 나서지는 않으리라 본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간다는 것은 다만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신뢰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 팀 필리피 주한독일상공회의소 이사 =독일 기업들은 한국정부가 경제
개혁 드라이브를 건 초기 단계부터 다시 투자하기 시작했다.
새정부 출범이후 지난 연말까지 직간접적으로 18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어느때보다 한국에 대한 투자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정부가 기울인 경제개혁의 의지와 실천강도를 믿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외국인에게 매력적인 투자지역으로 꼽히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 아일런드 부회장 =한국정부는 그동안 과잉 및 중복투자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을 대거 퇴출시키는 등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펼쳐 왔다.
이런 일련의 노력덕분에 독일이나 영국 등 유럽기업들이 한국을 다시 보게
됐다.
영국의 브리티시 텔레콤도 지난해말 수백만달러를 직접 투자했다.
다른 국제신용평가기관도 최근의 상황을 감안,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개혁정책이 외국인투자자들을 1백% 만족시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 한국의 경제개혁은 완전히 마무리된게 아니다.
성공적인 첫걸음에 지나지 않는다.
안일한 만족은 금물이다.
<> 존스 회장 =외국기업들은 무엇보다 한국정부의 개혁정책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실행될지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만족감에 빠져 자칫 개혁의지가 희석되고 실천이 지체되지 않는가
지켜 보고 있다.
그럴 경우 한국경제는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당시로 되돌아가고 말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감시자로서 항상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혁정책이 후퇴하는 등 불만족스러울 때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언제든지
한국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개혁실행속도는 적절했으며 만족스럽다고 평가하고 싶다.
갑작스런 개혁은 경제주체들과 사회에 불안감과 혼란감을 야기할 수 있다.
노동개혁부문이 부진하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지만 경제위기에 처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는 만족스럽다.
<> 필리피 이사 =문제는 앞으로도 정부의 개혁마인드가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 아일런드 부회장 =일본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일본의 주가흐름이 일본의 경제개혁 성적표다.
10년전 최고 3만2천엔까지 치솟았던 일본의 주가는 최근 1만3천엔대로
주저앉았다.
일본정부는 금융이나 기업부문 등에 대한 개혁을 수없이 부르짖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대로 반영한다.
한국정부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교훈이다.
한국의 금융시스템과 기업지배구조 및 경영방식등은 여전히 성숙되지 않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계속 개혁의 고삐를 당겨야 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유럽통화통합 등 거센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기업이건 정부건 개혁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혁과 변화의 필요성을 알고 강력하게 추진해 가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강력한 리더십은 개혁의 핵심요소다.
<> 필리피 이사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빅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정부가 빅딜에 나서라고 강제적으로 요구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기업들간의 문제다.
굳이 빅딜이 아니더라도 한국기업들은 경쟁력있는 핵심사업부문에 주력해야
하는 환경에 처해 있다.
<> 아일런드 부회장 =비록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더라도 한국의 대기업들이
빅딜로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면 긍정적이라고 볼수 있다.
한국은 OECD와 WTO에 가입한 개방경제체제다.
개방경제체제에서는 경쟁력이 최고의 무기다.
삼성그룹이 자동차사업부문을 포기하고 대우그룹이 전자부문을 넘겨주면
한국소비자들의 선택폭이 좁아진다.
그러나 그 공백을 외국기업들이 채워줄수 있어 소비자들의 선택여지는
다시 커진다.
중요한 문제는 외국기업들이 더 좋은 품질과 서비스의 경쟁력으로 한국시장
을 공략할 때 경쟁력이 뒤쳐지는 한국기업들은 자연히 도태되고 만다는
것이다.
한국시장내에서 외국기업들에 뒤지면 세계시장에서도 패할수 밖에 없다.
빅딜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라고 본다.
<> 존스 회장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세계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
유수 기업들이 국경을 넘어 합병 등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의 다임러 벤츠와 미국의 크라이슬러 자동차의 합병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거대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국의 대기업들이 빅딜로
업종을 전문화하고 핵심사업을 강화한다는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다만 시장의 힘에 의한 한국재벌들 스스로의 행동이 아니라 정부의
밀어붙이기식이어서 부작용이 우려된다.
아직 한국재벌들의 의식이 완전히 깨어나지 못했다는 얘기일수도 있다.
<> 아일런드 부회장 =그동안 수많은 한국기업들과 직접 접촉해본 결과
무엇보다 경영자들의 의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변화의 물결이 밀려왔을 때는 과감히 그 물결을 타고 넘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한국의 기업인들은 변화를 적극 수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저항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있는 것같다.
변화는 곧 생존이며 비전이다.
변화를 앞서 받아들이고 실행하는 것만이 대내외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 필리피 이사 =한국 기업인들의 경우 경쟁과 변화는 좋은 것이라고 보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외국기업들이 한국에 투자를 늘리는 것을 새로운 고용창출의 기회로 여기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런 인식이 확산되도록 하는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다.
<> 아일런드 회장 =기업들의 의식을 개선시킬수 있는 세가지가 있다.
주주들의 힘, 소비자의 힘, 경영자의 의지가 그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주주들의 힘이다.
1주의 주식을 가진 주주라도 경영진의 의식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주총개최요구나 이사회소집요구 등으로 투명경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주주들의 힘이 길러져야 한다.
한국정부는 이와 관련한 일부 제도를 개선한 것으로 안다.
<> 존스 회장 =경영진의 해고문화가 성숙되지 못한 점도 지적하고 싶다.
특히 한국기업의 소유자나 경영자들은 자신의 경영실패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는 사례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유명한 미국 GE사의 잭 웰치회장이 경영혁신으로 회사를 거듭나게 했지만
그가 영원한 회장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이익과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주주들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주주들의 힘이 약하고 경영자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는 탓에
의식이 개선되지 못했다.
이제 한국의 주주들도 자신들의 힘을 인식하고 스스로 깨어나야 한다.
<> 필리피 이사 =철저한 성과에 따른 연봉제 도입도 책임경영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동시에 한국의 기업문화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존스 회장 =한국의 외환위기는 일단 끝났다고 본다.
그러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다시 찾아올수도 있다.
외환위기를 불러온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 확실하게 도려내지 않을 때이다.
그렇더라도 원화환율이 하향안정되고 있고 외환보유고도 늘어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IMF 관리체제를 완전히 벗어나려면 4~5년은 더 노력해야 할 것으로 전망
된다.
<> 아일런드 부회장 =경기도 분명 바닥에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올해부터 한국이 본격적인 경기회복기에 들어설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IMF관리체제의 졸업시기나 경기회복시기가 아니다.
지속적인 개혁과 변화의 추구다.
영국도 지난 70년대에 IMF시대를 경험했지만 아직까지 당시의 변화와
개혁의지를 늦추지 않고 있다.
<> 필리피 박사 =올해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외환위기이전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려면 몇년이 걸릴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다시 1만달러 수준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5~7년이 더
소요될 것이다.
<> 아일런드 부회장 =IMF시대를 졸업한다 해도 경제성장률이 한창 잘 나갈
때 수준인 7~8%에 이를 것이라는 환상에서 일찌감치 벗어나야 할 것이다.
2~3%의 경제성장률만 달성해도 만족스런 수준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 존스 회장 =그러나 의기소침할 이유는 없다.
지난 1년간 고통속에서 추진해온 변화와 개혁노력에 대해 한국정부나 기업
국민들은 자긍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자긍심을 바탕으로 올해에도 꾸준한 변화와 개혁이 이뤄지도록 노력
해야 할 것이다.
< 정리= 조정애 기자 jcho@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6일자 ).